며칠 계속된 음주와 늦은 귀가에도 애엄마가 아무 말이 없어서 사실 조금은 불안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낮 마치 그때서야 생각이 난 듯 전화를 하더니 점잖게 이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경고를 날립니다. 그러나 어쩌랴! 어제도 마시고 만 것을. 최대한 안 먹은 것으로 위장을 위해 밖에서 샤워를 하고 밝은 모습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열어주던 애엄마가 눈치를 못 챘는지 산에 다녀왔으니 샤워부터 하라고 합니다. ㅎㅎㅎㅎ네에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가쁜 숨을 내쉽니다. (2019.06.23)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 밖으로 나와 있어야 길이 보이는데 늘 붙잡고 있게 됩니다. 가게의 포스기기를 어제 교체해서 하루를 잘 사용하고 오늘 아침 다시 켜려는데 모니터 어느 곳에 그 기능이 있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습니다. 오른쪽 아래 부분이라 해서 그쪽의 그림을 아무리 눌러도 요지부동입니다. 한 시간을 그 문제와 싸우다 지인이 밖으로 불러내 한 시간여 그 문제에 벗어나 있었습니다. 역시나 돌아오니 바로 해결이 됩니다. 더 아래 안 보이는 부분에 요철이 숨어있었습니다. (2019.06.22)
새벽 세시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애엄마가 아침 일찍 해야 될 일이 있다며 저더러 일곱 시에 깨달라고 합니다. 행여 그 시간을 놓치면 벼락을 맞을까 두려워 저는 제 스마트폰 알람에 기억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잠이 달아나 거실에 멍하니 앉아있으려니 새벽 네 시 현관문이 열리며 아들아이가 들어옵니다. 어디서 뭘 하다 이제 들어올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아들이 아홉 시에 깨달라고 합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또 제 스마트폰 알람에 아홉 시를 기억합니다. 제가 이러고 삽니다. (2019.06.21)
일 년에 살구 맛을 보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요? 한강을 걸어오면 동작역 근처에 살구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다른 무리들과 섞여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요즘은 살구기 익어 그 노란 얼굴을 드러내 멀리서도 금방 보입니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작대기가 없어서 직접 따서 먹기는 어려워 밑 풀밭에 떨어진 몇 개를 주워 먹습니다. 살구 맛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신맛 단맛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잘 익은 요즘은 단맛이 더 깊습니다.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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