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 살면서도 아들아이의 얼굴을 언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버이날에도 보지 못했으니 아마 20여일은 족히 넘은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침에 깨워주라는 카톡은 간간 있어서 유일한 소통입니다. 남들 같으면 아들 낳고 딸 낳았을 나이에 아직도 깨워주라니 한심을 넘어 두심 세심입니다. 빨리나 일어나나요. 두 번 세 번 전화를 해야 하고 그도 안 되면 애엄마를 먼저 깨워 문을 두드려 달라고 합니다. 일어나야 할 아들은 편히 자고 저는 그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웁니다.(2019.05,23)
늘 같은 말만 반복해야하는 기계들이 주위에 여럿입니다. 심지어 환승역 개찰구 기계들은 초 단위로 “환승입니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얼마나 지루할까요? 그렇다고 한번 쯤 빼먹지도 못할 서러운 운명인데. 아아! 드디어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이를 못 이겨 태업에 나섰습니다. 문이 열리고 제가 타자 말을 않는 게 아니라 층을 무시하고 “1층입니다!”부터 “32층입니다!”까지를 그냥 반복만 합니다. 소리만 듣고 있다가는 내릴 층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ㅋㅋㅋ누가 단체교섭에 나설까요? 관리실? (2019.05.21)
어제 낮의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오늘 새벽 역시 여의도에 바람이 여전하여 어제의 그 바람이겠거니 당당하게 걸음을 한강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가 추위가 소매를 타고 몸으로 전달되어옵니다. 어제 서초동의 그 바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서야 기온을 보니 12도에 머물러 바로 회군하여 전철역으로 몸을 옮겨 갔습니다. 학습효과입니다. 지난 2월 눈 내리는 미끄러운 한강 길을 고집하다 사고로 이어졌던 아픈 기억 때문에. 그런데 아직도 술 마셔서 그런 거 아니었냐는 분들이 많습니다. (2019.05,21)
얼마 전 성격이 쾌활한 아짐 고객이 오셔서 세 번째 방문이라면서 그때마다 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당연 미안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내놓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분 내공이 보통분이 아닙니다.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답게 저와의 대화를 한 시간 이상 리드해갑니다. 일주일 만인 어제는 아침나절이라 이제는 제가 있겠지 생각하며 오셨다고 또 호쾌한 웃음을 날리십니다. 저도 말을 좀 하는 편인데 이분은 저를 능가합니다. 책 한권을 빌려가셨으니 또 오겠다는 약속인데요. 이제 주도권을 회복하렵니다. (2019.05.20)
기아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가 모처럼 승리를 챙기고 “김기태 감독님께서 물러나셨는데 제 역할을 못한 내 탓이 큰 것 같아 죄송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합니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사실 지고 이기고가 어디 다 감독의 책임만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기아 선수들의 이기겠다는 의지가 결여된 무기력한 플레이가 더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술 전략을 떠나 항상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선수단을 이끈 김기태 감독에게 앞으로는 많은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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