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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지난 2월 불의의 시고 이후(2019.05.16~2019.05.20)


오전 열시가 다 된 시간인데 어머니께서 깊은 잠에 빠지셨습니다. 잠귀하면 세계가 알아줄 정도로 밝으신 분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도통 미동도 없으십니다. 순간 돌아가셨나 급 당황하여 손과 발을 만졌으나 온기가 그대로 입니다. 서울서 내려온 내가 안쓰러운지 간호사분이 침대를 세우고 몸을 심하게 흔들어도 요지부동입니다. 얼굴이라도 보여드리는게 마땅한 일인데 그대로 푹 자시는 것도 좋을 듯 싶어 10 여분 지켜보다 그냥 나왔습니다. 기력이 약해지면 잠에서 깨어나기도 어려운가요? (2019.05.20)



애엄마가 혈압에 좋지 않다며 식단을 모조리 싱겁게 바꾼 지 오래라 집에서는 조선장이나 고추장으로 조리해놓은 음식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는 콩나물도 고추장으로 주물은 거 돼지고기도 고추장에 버무려놓은 게 좋은데 기대난망입니다. 결국 답은 가게에서 혼자 식사할 때 찾습니다. 슬그머니 구입해 놓은 칠게장의 뒷맛이 개운합니다. 익은 열무김치의 신맛이 오감을 다 자극합니다. 그까짓 혈압이야 오르락내리락하면 또 어떻습니까? (2019.05.18)



커피를 살 일이 있어 인근 스타박스 매장에 들어섰습니다. 봉다리 커피나 먹는 제가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1만원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세상에 그런데 현금은 사양한다 합니다. 카드를 달라고 합니다. 1~2만 원 이하면 수고스러움을 피하라고 부러 현금을 준비해 다니는데 이도 이제 옛일이 되어야하나요? 별 수 없이 돌아와 카드를 가지고 다시 갔는데요. 이거 줄서서 결제하는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앞 손님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본 카드 외에도 다른 여러 숫자들을 입력합니다. 기다리다 해 지겠어요.

(2019.05.18)



새벽에 안방 환기를 위해 창문을 살짝 열었는데 그대로 두고 출근했나봅니다. 아차 싶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애엄마로 부터 질책성 이모티콘이 날라 왔습니다. 저녁에 들어가면 또 한 마디들을 것이 분명합니다. 벌레가 들어온다는 이유입니다. 제가 간간이 혼나는 구체적 일 셋 중 하나입니다. 그중의 다른 하나는 술 마시고 들어가는 날이 3일 연속인 경우와 또 다른 하나는 어쩌다 화장실을 지저분하게(내 눈에는 잘 안 보이는데)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글쎄요! 셋 다 다른 집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일인지 모릅니다.

(2019.05.16)



지난 2월 불의의 사고 이후 세 번에 걸친 시티촬영이 있었습니다. 다친 날, 수술을 끝낸 날 그리고 마지막 확인하는 오늘까지. 기계에 길게 누워 눈을 감고 있노라면 마치 방앗간에 시동 걸린 발동기의 힘을 도정기계에 전달하는 피대 돌아가는 소리, 대장간의 풀무질 같은 소리들에 이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런 기계의 움직임과 함께 5분여 내 얼굴의 뼈들이 주인공이 되어 열심히 촬영에 응합니다. 아무튼 이제 모든 게 정상이랍니다. 사고는 잊고 살랍니다. 당연합니다. (2019. 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