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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집에 일찍 들어온 그런다(2019.05,24~2019.05. 27)


3호선 전철이 교대역에 서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아짐이 벌떡 일어서더니 밖을 향해 손짓을 크게 하면서 “빨리 타지 않고 뭘해!” 그 소리와 함께 밖에서 서 있던 두 아짐이 헐레벌떡 들어와 그 아짐의 오른쪽으로 앉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목청을 높여 “언니가 전화를 안 받았어!” 그러자 자신의 전화를 꺼내 보던 언니 아짐의 기세가 확 꺾입니다. 내안의 흠은 보지 못하고 남의 흠만 먼저 보았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서로 웃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짐 셋을 자리에 두고 저는 남부터미널역에 내립니다.(2019.05,27)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가지를 흔들고 지나가자 익은 버찌 세 개가 드러났습니다. 입에 넣고 그 신맛을 음미하며 그냥 지나칠까 알려주고 떠난 새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렇듯 우면산의 나무들은 수줍음이 많아 좀체 그 열매를 볼 수 없습니다. 원래 수줍음이 많은 앵두들은 모두 잎 뒤와 가지 뒤에서 그 작은 몸집을 감추고 있고 감나무 역시 감꽃 몇 개를 행여 들킬세라 뒷주머니에 슬쩍 넣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겨울을 지낸 얼어린 잣은 고개를 쳐들어야 겨우 보입니다. (2019.05.26)



미장원에서는 고개를 뒤로 젖혀 머리를 감겨주네요. 세수를 할 필요가 없어 간결합니다. 스물한 살 혼자가기 머쓱해 이종형수님 손을 잡고 처음 갔던 미용실을 어제 육십 중반에 두 번째로 다녀왔습니다. 이발소와 달리 여러 기구들을 사용하고 사수 옆에서 다소곳이 지켜보는 조수 아가씨 모습도 생경합니다. 무뚝뚝한 아재들에 비해 상냥하게 이모저모 물어가며 머리를 잘라내니 한결 좋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0년 이상 젊어졌다는 주위의 덕담이 괜한 칭찬 같지 않습니다. (2019.05. 25)




집에 일찍 들어온 그런다 해도 밤 8시가 다된 시간이지만 이를 가상히 여겼는지 저녁상에 온전히 내 몫으로 구운 갈치 네 토막이 올라왔습니다. 황송하기 그지없어 두 토막을 허겁지겁 먹었는데 아무런 맛을 못 느끼겠습니다. 차려준 성의가 있어 망설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를 고합니다. 소금 간을 잊고 있었다며 그때서야 나머지 두 토막에 뿌려줍니다. 그래도 갈치는 부삭(아궁이) 잔불에 석쇠로 구워내던 옛 맛이 제 맛입니다. 비록 재가 묻어 나오기는 하지만. (2019.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