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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눈을 뜨니 동창이 밝았습니다.(2019.05.10~2019.05.14)


전철문을 나서며 노부부가 싸움이 붙었습니다. 주고받는 싸움이 아니라 남편분의 일방적인 투정입니다. 뭔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앞서가는 아내의 팔을 자주 낚아챕니다. 주변을 살피며 애써 말없이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려는 아내분의 얼굴이 부처 그 자체입니다. 아마 마음 속 으로는 “아이고 이 화상아 여기가 어디라고 창피하지도 않니?”이러면서 이따 두고 보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 남편 대단하십니다. 큰소리라도 지를 수 있으니. 저는 애엄마의 작은 소리에도 바로 엎드려야합니다. (2019.05.14)



일요일 저녁 다른 약속이 없어 애엄마 사업장을 찾았습니다. 바로 집 옆인데도 거의 3개월여 만입니다. 모처럼 들어선 가게에 딸아이와 함께 만 원짜리 상품에 리본을 열심히 달고 있었습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싶은데 고객의 요청이라 합니다. 갑자기 애엄마가 짠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짜잔한 저를 만나서 저리 난장에서 고생을 하나 싶어 밖으로 모시고 나왔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셋만의 외식으로 위로의 말씀을 건넬 생각이었는데요. 몇 잔 폭탄주에 제가 먼저 취해버렸습니다. 계산도 애엄마가.

(2019.05.13)




결혼식 피로연 음식이 우리 시대에는 갈비탕이나 불고기가 전부였는데 어느 날 뷔페로 이전하여 아직은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뷔페의 여러 음식 중 근래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대표적 선호 음식인 LA갈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지켜보았습니다. 지난번 식장에서는 굽는 속도를 최대한 느리게 가져가 지치게 만들더니 어제의 식장에서는 갈비 굽는 곳 앞에 다른 음식을 진열하여 살짝 눈을 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은 역시 이렇게 조화롭게 흘러갑니다. (2019.05.12)




플라스틱 반찬통을 그대로 두고 혼자 허겁지겁 밥을 먹다 손님이 들어오면 뭔가를 들킨 듯 대략 난감입니다. 양방을 보조의자에 올려놓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고객의 목소리에 후다닥 눈을 뜨면 이 또한 창피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보다 더 민망 난감의 최고봉은 지인이 보내준 야동을 보다가 그 신음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순간 사람이 들어오면 심장이 멈출 듯 놀라 정지 버튼을 향해 있던 손가락이 방향을 상실하고 맙니다. 셋 다 피해야 마땅한 일들입니다. (2019. 05.11)





칠게장을 구입해서 밥 한 숟가락에 장 속에 담긴 칠게 한 마리를 건져 먹으며 옛날로 돌아갑니다. 엄니는 여름날 영암장에 가시면 농게(우리는 꼭기라 볼렀음)를 사오셨습니다. 화랑기라 불리던 칠게 보다는 조금 더 고급으로 쳐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아무튼 조리 전 바가지에 담아놓으면 모두 밖으로 탈출합니다. 그중 한 마리를 실에 묶어 가지고 놀면 한 나절은 갑니다. 때로는 여러 마리로 경주도 시키는데 모두 옆으로 갑니다. 칠게장이든 농게장이든 여름 날 대표적인 서민반찬입니다. (2019. 05.10)



눈을 뜨니 동창이 밝았습니다. 웬일입니까? 여섯시까지 잠이 든 것입니다. 기뻤습니다. 기쁨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12시 무렵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어날 때까지 화장실에 다녀온 적이 없습니다. 무려 여섯 시간 동안 소변을 참았다니 이건 요즘 들어 혁명적인 사건입니다.날이 따뜻해지니 정확히는 이제 더워지니 몸도 덩달아 따뜻해져서 모든 기능들이 정상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러다 생식기능까지 회복하면 바람이 날까싶습니다. 좋았어, 날 때 나더라도 달려보자 저 광야로! (2019.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