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을 먹으러 물을 가지러 갔다가 물만 마시고 옵니다. 그리고 내가 뭐하려고 했었나 생각합니다. 택배상자를 가지러 다락에 올라가다 구겨진 옷이 보이자 세탁을 맡기려고 그 옷을 가지고 내려옵니다. 그리고 내가 뭐 하러 다락에 올라갔었나 생각합니다. 때로는 혈압약을 두 번 섭취한 날도 있는데요. 갈수록 이런 일들이 잦습니다. 하찮은 일이라 집중하지 않은 탓이겠지만 버럭 이것 역시 치매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2019.05.07)
길가의 플라타너스 어린 열매가 예뻐 보입니다. 바야흐로 계절은 꽃의 계절에서 열매의 계절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수필가 피천득님께서도 이를 간파하셨는지 오월이라는 산문에서 오월을 앵두와 어린딸기의 달이라고 하셨네요.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잎 새 뒤에 숨어서 오디도 몸집을 키울 것이고 보리수 역시 곧 얼굴을 보일 것입니다. 5월을 열매의 계절이라 명하니 산딸나무 흰 꽃과 이팝나무 흰 꽃들이 아직 아니라며 마지막 정열을 불태웁니다. (2019.05.07)
사우나 입구에 턱이 있는 걸 모르고 들어서다 양발의 균형이 무너져 앞으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가슴이 철렁한 순간입니다. 이번에는 사우나를 끝내고 나가려다 또 그 턱에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했는데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습니다. 가슴이 또 철렁한 순간입니다. 지난 2월 한강에서 넘어져 얼굴을 다친 이후 유난히 이런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나이 탓인지 올해의 수가 넘어지는 운세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걸으면서도 바짝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사고는 딱 한 순간이라서 (2019.05.06)
남부터미널 구내식당에 새 아짐이 한분 오셨습니다. 계시는 아짐보다 훨씬 젊고 고와보입니다. 드나드는 늑대 아재들이 신이 났습니다. 시선이 모두 그 아짐에게로 향합니다. 말들이 많아졌습니다. 늑대들은 냄새를 잘 맡는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소문이 나면 식수인원이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 늑대중의 한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많이 불리합니다. 어쩌다 한 번씩 들리니 말 붙일 기회도 없을 뿐 아니라 기존 아짐의 눈치도 살펴야하니까요.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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