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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튀밥(2019.04.29~2019.05.03)


초등학교 시절 해마다 5월이면 학교에서 신체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학교 생활기록부에 남기고 집으로는 통신표(생활통지표)에 보내 알렸습니다. 오늘은 저의 5학년 때 통신표를 들여다보며 혼자 웃음 짓습니다. 키 123cm, 몸무게 22kg, 가슴둘레 60cm, 앉은키 67cm! 몸무게는 지금 상상도 못할 정도이고 가슴둘레 또한 키의 반에도 못 미치니 그야말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수준이었네요.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보통입니다라는 의견을 남겼으니 모두들 비슷했나 봅니다. (2019.05.03)




딸아이와 동갑인 아가씨가 결혼을 앞두고 시댁에 인사를 간다며 홍삼을 고릅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떡도 가져가라는데 너무 많이 가져가면 제가 받는 입장이라면 어떻겠냐고 묻습니다. 아무 것도 안 가져오는 게 편하겠지만 그 정도는 부담될 이유도 없으니 이번에는 어머니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야무지게 묻고 대답하는 게 나중에 살림도 잘 하겠습니다. 남의 집 아이지만 스물여덟 딱 좋은 나이에 결혼을 한다니 예뻐 보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언제 변죽이라도 울리려나요 (2019.05.02)



밥상머리에서 애엄마가 딸아이에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배우자의 조건을 설명합니다. 우선 학력과 학교는 고려사항이 전혀 아니고 현재의 직업이나 부모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라며 오로지 성격과 성품만 보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도 동의를 구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저야 당연히 애엄마 말씀을 존중해야지요. 꼭 덧붙인다면 이왕이면 잘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크면서 좋은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므로 그만큼 좋은 생각을 가졌을 테니까요. (2019.04.30)



출근길이나 퇴근길 전철 9호선은 사람을 억지로 밀지 않으면 들어갈 자리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엊그제 퇴근길 어렵사리 저는 들어갔으나 제 뒤의 소녀는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그냥 기다립니다. 백팩을 앞으로 맨 고등여학생 정도로 보입니다. 공중 예의를 지키는 소녀가 가상하여 순간 제 뒤를 억지로 밀어 그 여학생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방긋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 여학생이 너무 예뻐 보입니다. 전절에서 백팩을 앞으로 매는 것은 다른 손님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2019.04.30)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튀밥을 파는 아짐이 진열한 상품 뒤에 몸을 숨기고 간이 의자에 앉아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먹다가 저와 눈이 마주치자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합니다. 혼자 밥을 먹다 들키면 머쓱하고 어색하고 당황스런 저 모습을 저도 잘 알고 이해합니다. 가게에서 혼자 밥 먹다 손님이 들어올 때와 같은 경우이지요. 더구나 저 아짐은 길가에서 그랬으니 오죽했을까요? 네에 튀밥 아짐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최고에요! 길 위면 어떻고 트럭 위에서면 또 어때요. 씩씩하게 드시고 활발하게 일 하세요! (2019.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