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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석양 무렵 가게로 찾아온(2019. 04.13~2019.04.15)


세상이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개인의 생활은 오히려 감출 게 많아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일상이 비밀번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저의 경우도 집 현관의 문에서 시작하여 매일 활용하는 메일과 밴드 카톡 페이스북등 SNS 접속, 은행인터넷 뱅킹과 통장, 가끔 이용하는 각종 쇼핑몰과 교통편 예약, 가게 관련 판매시스템 접속, 이외에도 셀 수 없습니다. 도저히 머리로는 그 수와 비밀번호를 기억해 낼 수 없습니다. 거기다 가끔 바꾸라고까지 하니 어지럽습니다. (2019.04.15)




해가 막 뜰 무렵 집을 출발하여 한강을 걷습니다. 4월 15일 아침 이제야 비로소 계절을 찾은 듯 바람도 자고 날도 따뜻합니다. 길가의 풀잎들은 모조리 끝에 이슬방울 하나씩을 달고 있습니다. 둘 가진 풀도 없고 하나 없는 풀도 없이 공평합니다. 항상 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내 양 손도 밖으로 나와 부지런히 앞뒤를 왔다 갔다 합니다. 오른손, 왼손 어느 한쪽 쏠림이 없이 공평합니다. 한 마리 외롭게 서있던 한강의 왜가리들도 오늘은 짝을 맞춰 사랑싸움에 열중합니다. 봄은 모두의 계절입니다. (2019.04.15)



서초동에서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전직 의원 일행과 우연히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답지 않게 때 묻지 않고 싱그러운 면이 보여 터놓고 이야기하기 편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변 분들이 지나치게 그 의원에게 자세를 낮추고 어려워하고 말씀 또한 너무 공손합니다. 유권자가 갑이고 정치인들이 을인데 어찌 이래가지고 되겠습니까? 제가 판을 흔들었습니다. 전직 의원을 동생 만들고 다른 일행들을 형 만들었습니다. 형들 이름을 연호하며 만세를 불렀습니다. 비로소 활기가 돌았습니다.

(2019.04.14)




갑자기 우리 전통 음식 식혜가 생각났습니다. 건너 남부터미널 내 상가에서 파는 것을 보았으니 당연 그리고 달려갑니다. 1회용 컵 하나에 담아 뚜껑과 함께 빨대를 꽂아 2천원을 받습니다. 가게로 가지고 가서 차분하게 음미하면서 먹겠다는 처음의 생각이 한 발자국도 못 갑니다. 곧장 빨대로 입이 갑니다. 횡단보도를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인데 건너오기 직전에 반도 안 남더니 가게 문 앞에서 바닥을 보이고 맙니다. 들어오니 그냥 분리수거 할 플라스틱 컵만 남습니다. 제가 쓰레기를 돈을 내고 이전한 셈입니다.

(2019.04.13)




석양 무렵 가게로 찾아온 광주 친구를 그냥 보내기가 섭섭하여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애엄마로 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모처럼 일찍 들어와 저녁식사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입니다. 지금 먹고 있다고 하기가 영 미안하여 곧 가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를 보내고 곧장 집으로 가서 두 번째 저녁 식사 상에 앉습니다. 봄의 미각을 살린 반찬들이 제법 정성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그저 힘든 것은 제 뱃속입니다. “주인 아재! 오늘 으짠 일이요? 지금 저 터져 불라고 하요야!” (201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