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무렵 웅웅 거리는 소리에 일어났습니다. 큰 전열기구나 전압장치에서 나는 듯 방안이 온통 웅웅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창문이 잘못 닫혔나 다시 열고 닫았으나 여전합니다. 혹시 거실의 공기청정기 소리인지 점검했습니다만 그 또한 무사합니다. 원인을 모르니 앞으로 저 웅웅 소리와 살 일이 심란해졌습니다. 소리를 피해 다른 방으로 가려다 마지막으로 전기장판 코드를 빼봤습니다. 바로 범인이었습니다. 물이 부족하다고 칭얼거리는 소리였습니다. 낮에 누군가 작동하고 그대로 둔 듯.
(2019.04.05)
어제 아침에는 전철을 타러가던 족제비 한 마리가 동작역에 조금 못 미친 나무 아래 숨져 있어서 보는 저를 가슴 아프게 하더니 밤 뉴스에서는 원주의 어느 대학에 공부하러 들어간 멧돼지 한 마리가 책을 찾다가 죽음에 이르러 또 다시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족제비는 땅 속을 잘 뒤지고 멧돼지는 숲속을 잘 뒤졌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텐데 어찌 인간의 영역까지 넘보다가 제 명을 다하지 못 했을까요? 하여 오늘 아침은 작년 한강에서 만난 너구리 안부가 궁금합니다. (2019.04.04)
집 현관에 며칠 머물던 큰 박스 하나가 드디어 어제 거실에 그 몸체를 드러냈습니다. 공기청정기로 보이는데 벌써 파란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작동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밤 늦게 들어온 애엄마가 존재를 물어봅니다. 역시 저의 대답은 언제나 명쾌합니다. “아따 우리 집 공기가 어찌 이리 상쾌하당가? 다 당신 덕이여 잉!” 그런데 사실 방안의 청정기가 공기를 어떻게 맑게 해줄까요? 끌어올 공기 또한 시답잖을 텐데요. 그리고 저거 24시간 가동하는 게 맞는지? (2019. 04.03)
우리의 청소아짐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시는 가운데 다른 청소 아짐 한분이 그만두시고 새 아짐께서 오셨습니다. 당연히 우리 청소 아짐이 신이 나셨습니다. 가르치시는지 지시를 하는지 모르나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꼭 우리 가게 앞에서 그러십니다. 나가고 싶어도 그분의 훈시가 끝나기를 기다려야합니다. 젊은 새 아짐 역시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만 치마바지 복장이 좀 어색합니다. 어찌 길게 가지 못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4월의 아침입니다. (2019. 04.02)
명색이 4월의 첫 날인데 아침의 추위라니 좀 억울합니다. 올해는 계절이 빨라서 꽃이 빨리 핀다고 하드만 어찌 그냥 물러나기가 싫은지 순간순간 발목을 잡습니다. 활짝 핀 남녘의 꽃들과 달리 이제 막 피우려던 여의도 벚꽃들이 몸을 확 움츠렸습니다. 노랫말처럼 향기 흩날리려 이제 막 새 잎들이 돋던 라일락도 숨을 죽였습니다. 가볍게 입으려던 저의 옷들도 다시 순서를 기다려야 합니다. 봄답게 얼른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해가 더해 갈수록 추위가 싫어지는 게 비단 저만은 아닌 듯싶습니다만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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