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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전역을 며칠 앞둔 4월의 어느 날(2019.04.06~2019.04.10)


군 수뇌 대장급 인사가 있었습니다. 오신 분 가신 분 모두 국가에 헌신하신 훌륭한 분들입니다.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강진과 영암에서는 매년 해병대 사령관을 지낸 강기천 장군의 한 장짜리 달력이 모든 집에 배달되어 붙였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그분이 소장 때부터로 생각되는데요. 한 가운데 잘 생긴 그분의 사진을 놓고 양쪽에 6개월분의 달력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강기천 장군이 워낙 잘 생기셔서 그 달력 역시 멋져 보였습니다. ㅋㅋㅋㅋ 우리 집안 분이어서......

(2019.04.10)




오늘 아침 여의도와 한강의 활짝 핀 벚꽃 길을 걸으면서 우리 중학교 1학년 때 국어교과서의 “옥수수 밭은 일대 관병식(觀兵式)입니다. 바람이 불면 갑주(甲胄) 부딪치는 소리가 우수수 납니다. (이상 /산촌여정)”라는 구절을 떠올립니다. 제일 앞의 벚나무가 “받들어 꽃!”을 외치자 모든 꽃들이 “방글!”이라는 구호와 함께 모두 저를 향해 하늘거립니다. 미소 가득한 얼굴에 온통 꽃들로만 무장을 했으니 오늘의 관병식은 평화와 사랑의 장(場)입니다. 언제나 이런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04.08)




한 달에 한번은 꼭 가던 목포를 얼굴 치료 때문에 한 달을 걸렀습니다. 몸이 편해지면서 어머니가 멀어졌습니다. 저의 관심 밖으로 점점 밀려 나가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러다가 결국 계속 길어질까 싶었습니다. 앞으로 절대 이래서는 안 되겠다 마음을 다지며 찾아간 어머니께서 건강하게 맞으시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비록 저를 알아보시는 시간은 3분여나 될까요, 잠시 웃다가 곧 침묵모드로 접어드시는데 마음은 늘 미안하고 짠합니다. 가겠다고 해도 모르고 다시 오겠다고 해도 모르십니다. (2019.04.08)




제가 느리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저에게서 시계를 빼앗아야 합니다. 저의 일상을 살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니 자면서 까지도 시간을 보고 있습니다. 특별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삶인데도 일어날 시간을 정하고, 나갈 시간을 정하고, 운동할 시간을 정하고, 잠자리에 들 시간 등을 정해서 거기에 맞춰 살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서두르고 뭔가 쫓기는 듯 허겁지겁 거립니다. 저의 시계를 모두 가져가 주십시오. 공짜로 다 드릴게요 (2019.04.07)




전역을 며칠 앞둔 4월의 어느 날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 부대 뒷산에서 불이 났습니다. 당연히 다른 병사들처럼 불을 끄러 산으로 달려가야 했지만 망설여졌습니다. 곧 제대 날인데 혹시 산불진압하다 사고라도 당할까 걱정이 앞서는 것입니다. 거기다 산불의 확산 속도가 장난이 아니어서 겁까지 더럭 났습니다. 결국 슬슬 뒷걸음쳐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 몸을 숨겼습니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끝났고 저를 본 사람도 없어서 혼자만의 비밀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산불만 보면 생각나는 젊은 날의 부끄러움입니다.

(201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