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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2019.02.21~2019.02.28)

수술 직후 왼쪽 얼굴에 주치의께서 보호 및 예방용으로 종이컵 하나를 붙여 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이 종이컵 하나가 그 이후의 제 삶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당연 왼쪽으로는 눕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닦거나 문지르거나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불편합니다. 더구나 의료용 용기가 아닌 일회용 컵이 붙어 있으니 제 얼굴이 코미디 그자체입니다. 자연스레 다른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졌습니다. 폐플라스틱에 오염된 바닷물고기들이 생각났습니다. 원인도 모를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고 있을 고기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2019.02.28)






병원에서 나가는 날입니다. 5박6일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 사이 제가 느끼는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찬 바람이 겨울의 끝자락을 꼭 붙들던 자리를 봄의 훈풍이 슬그머니 밀어내더니 햇살이 따뜻해졌습니다. 우려했던 얼굴의 상처도 세 시간의 공백과 함께 날아가고 제 마음 한 구석에 잠시 자리한 우울 역시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겸손 겸허 감사와 사랑의 강남석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면서 기간 중 보내주신 몀려과 격려 그리고 위로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019.02.27)





병원침상으로 때가 되면 가져다주는 식사를 보며 목포 병원의 어머니께 다시금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조아립니다. 비록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한 식단이라고 하지만 간이 전혀 없는 찬들이라 쉽게 밥을 넘길 수 없습니다. 영양이나 칼로리 측면에서야 문제 없겠지만 이 무색 무취의 맛 없는 식사를 몇 년째 대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하실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또 특별한 대책도 있을 수 없으니 익숙해지면 병원 식사도 좋다는 주변 분들의 말씀을 위안으로 삼는게 맞는지? 아! 그래도 배추김치,깍두기,실가리국이 그리운 아침입니다. (2019.02.26)





전신마취라는 환경을 접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 저도 듣는 순간 전신떨림을 면할 수 없었으며 무서워졌는데요. 그러면서도 기억이 나가고 돌아오는 과정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저의 경우 "이제 수면에 들어가십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들어가서 깨어나면서도 똑같은 "이제 수면에 들어가십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수술부위의 아픔이 느켜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취시간의 기억은 그대로 무에 머물렀는데 자연시간만 3시간 정도 흐른 거지요. 몸과 마음은 그대로 두고 시간만 흘렀으니 그렇다면 마취술이야말로 무한 생명연장의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2019.02.24)




전신마취 후의 삶은 새로움입니다. 기억도, 생각도, 보이는 것, 듣는 거, 말하는 거 모두가 처음처럼 새롭고 신선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배고픔도,졸림도, 기침도, 재채기도, 하품도 모두 내 것이며 사랑입니다. 마취 전의 긴장감, 두려움, 공포,전율 이런 것은 앞의 새로움과 사랑을 위한 전주곡입니다. 어제 세 시간여 긴 수술을 잘 마치고 이제 또 즐거운 삶의 문을 여는 아침입니다. 여러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2019.02.24)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입원실 침대에 누우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네요. 여러 검사를 거쳐 합격 판정을 받아야 날과 시간을 배정받아 비로소 입원을 하게 됩니다. 키와 몸무게 핼액형은 기본이고,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그리고 엑스레이에 이어 안과의 모든 검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취과 의사선생님 앞에 차렷 자세로 섰습니다. 쭉 둘러보시더니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예쁜 여의사님이셨는데도 저는 아무런 농담도 못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딱 한마디 했습니다.

(201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