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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잘 쓰건 물건이나 기계가(2019,02.14~2019.02.15)


연세대에 합격하고도 등록금 납입 지연으로 불합격 처리된 학생의 사연이 안타깝습니다. 이해 당사자 모두들 책임소재와 함께 구제 노력을 한 부분은 그나마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아들아이 스물아홉에 대학 합격 소식을 접하자마자 행여 합격이 취소될세라 등록금을 바로 입금시켰습니다. 선착순 1번이었지 않나싶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 느긋하게 송금하다 빚은 실수로 보입니다. 저의 경우는 받을 돈은 한없이 느려도 내는 돈은 잡부금이든 공과금이든 얼른 내버리고 잊습니다.(2019.02.15)



두시 무렵 잠이깼는데 도저히 다시 이룰 수 없어서 거실로 나와 참으로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100개 이상이나 되는 채널을 하나하나 검토를 했습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여러 채널이 합법 19금 야동으로 서로 경쟁을 합니다. 어떤 채널은 불친절하게 중요부위를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마침 도덕적인양 하고, 어떤 방송은 제목만 봐도 야해서 그 내용이 짐작이 되며, 야박한 어느 방송은 1분짜리 선정적 맛보기 야동으로 감질 맛만 부채질 합니다. 이마저 결국 흥미가 떨어져 도합 20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2019.02.15)



사실 발렌타인데이에 제가 딸아이 초콜릿만 받은 게 아닙니다. 광주의 장모님께서도 선물 행렬에 동참하셨습니다. 날을 어기지 않고 정확히 2월14일 오후에 저에게 셔츠 두 장이 배달되었습니다. 안목도 높으셔 디자인도 예쁘고 색상도 곱습니다. 한 올 한 올 매 올마다 장모님의 사랑 그 자체입니다. 저로서는 황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육십이 훨씬 넘은 사위가 아직도 팔순 장모님의 반찬에 김치에 그리고 간간 이런 옷까지! 바로 전화를 드려 제 기쁜 마음을 천배 만배로 감사드렸습니다. 김일수 여사님 만세!

(2019.02.15)




자고 있는 제 머리맡에 딸아이가 초콜릿을 놓고 갑니다. 발렌타인데이를 잊지 않고 넘어가는 예쁜 마음은 받아들이면서도 저 초콜릿이 제가 아니라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아이 서른한 살, 딸아이 스물여덟인데 우리 집에서는 장가니 결혼이니 시집이니 소리는커녕 만나는 사람조차 없는 분위기 입니다. 애엄마 또한 저한테 질렸는지(?) 애들 결혼에 관한한 무관심의 극치입니다. 그냥 두고 보는 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세월은 오늘 아침 눈처럼 무심하게 흘러갑니다. (2019.02.15)




잘 쓰던 물건이나 기계가 말썽을 부리면 머릿속에 대혼란이 옵니다. 노트북을 켜서 제가 보려는 화면까지 이르는데 오늘 아침 10여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요즘은 기계들이 자신의 상태를 말이나 글로 직접 표현을 하는 시대라 잠시 기다리라는 문구를 보여주고는 함흥차사, 그리고 옆에 동그라미를 달고 화살표 하나가 나오더니 함흥차사, 노트북을 주먹으로 내리치려는 찰나 그때서야 각종 아이콘들이 나타나며 정상 가동에 들어갑니다. 10여년 이상을 혹사했으니 수명을 다한 것인지 오늘은 물어봐야겠습니다.

(2019.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