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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애엄마가 방탄모를 사서 친히(2019.02.09~2019.02.13)

요즘 들어 마음 한 구석에 짜증이 자리를 잡고 좀체 나가지 않아 이를 쫓아내기 위해 근저를 찾아야했습니다. 역시나 그것은 바로 추위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1월의 추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입춘이 지난 2월의 추위와 3월의 간간 부는 찬바람은 싫습니다. 실제로 2월의 추위가 1월보다 더 추울 리가 없는데 도요. 제 마음이나 몸이 벌써 봄으로 가있어서 그럴 것입니다. 내버려두고 의식하지 않아도 추위도 가고 봄도 오고 꽃도 피고 그럴 진데. (2019.02.13)




목포 역 길 건너에 붕어빵을 굽는 집이 있습니다. 천원에 네 개라니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입니다. 엊그제 일요일 어머니께 가져가려고 들렸는데 붕어빵은 1시30분부터 시작이라 해서 두 시간여 기다릴 수 없어 그냥 갔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1시 40분 무렵에 이번에는 제가 점심 요기를 할까 들렸지만 다른 주문에 밀려 아직 못한다 합니다. 그 순간 들이닥친 열 네 명의 노인들도 발걸음을 돌려야했습니다. 저간의 사정이야 이해는 가지만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으면 더 좋아 보였을 텐데요. (2019.02.12)





병원에 들어서니 신입으로 보이는 간호사가 어머니께서 성질이 사납냐고 묻습니다. 간간 큰소리로 욕을 하신다며. 어머니 치매 진행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제일 당황스러운 일은 평소 성품이나 언행과 전혀 반대의 행동을 할 때입니다. 아버지를 우산대로 심하게 때려 이에 격분한 아버지도 맞대응 두 분 다 얼굴이 통통 부어 있은 적이 있어서 이를 본 저를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남감하게 만들었는데요. 어제 역시 주무시는 엄니를 잠시 깨웠더니 저에게 쌍욕을 퍼부으십니다. 정상일 때 한 번도 못 본 치매의 슬픈 얼굴입니다. (2019.02.11)



집안 어른의 장례식장! 이제 75세를 갓 넘긴 당숙모께서 저를 몰라봅니다. 표정조차 변함이 없어 바로 치매임을 알았습니다. 젊은 날 아재를 일찍 여의시고 홀로 딸 셋을 잘 키워내며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저와 긴밀하게 연락하고 의논하고 그러셨는데 저를 모르다니 황당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저 연세에 시작하셨는데 당숙모님은 진행속도가 어머니보다 훨씬 빠릅니다. 순간 어머니의 그간 치매진행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저 딸들이 앞으로 감내해야 할 몫에 숨이 막혀왔습니다. (2019.02.09)




애엄마가 방탄모를 사서 친히 씌워주며 저 더러 전투에 참가할 것을 종용합니다. 이제 저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에 18분 쏟아지는 레이저 광선을 온 머리로 받아내는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다. 전투가 한창일 때 잠깐 방탄모를 열어보면 붉은 빛이 온통 피바다 같습니다. 6개월을 처절하게 싸우면 황량한 대지에 싹이 돋듯 새 머리카락이 나온다는 신 장비 헤어 빔입니다. 반신반의,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애엄마의 정성에 연신 방아쇠를 당기지만 과연 그 기간을 치열하게 쉬지 않고 싸울 수 있을지 저도 모릅니다.

(2019.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