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의 예쁜 고객 서열 5위의 아짐께서 저더러 잠시 자신의 남편 역할을 해줄 수 있냐고 하십니다. 깜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거절도 할 수는 없어서 이유를 물었습니다. 남편 계좌에서 5백만 원이 빠져나갔는데 은행에 구체적으로 물어달라는 요청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설마? 본인이 아니면 여러 신상정보 물어보는 절차에서 걸린다고 하니 옆에서 알려주겠다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지요. 쓸쓸히 돌아가시는 아짐의 어깨가 왠지 무거워 보였습니다. 해야 했을까요? (2019.02.08)
저의 처가 총원이 열일곱, 이번 그중 사위 둘과 군에 있는 조카 둘을 제외한 저 포함 열셋의 2박3일 여행이 예정 되어있습니다. 처남이 중심에서 모든 계획을 세우는데 예약된 방 여섯에 가족들을 배정하는 일부터 동의가 쉽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불만은 장모님께서 시작하셨습니다. 집에서도 맨 날 코고는 소리에 힘 드는데 멀리 가서까지 같이 있기 싫다며 장인어르신을 거부하셨습니다. 지켜보는 저는 웃음이 나지만 다시 짜는 처남은 세 번의 손질을 가하고도 결론을 아직 못 내렸습니다. (2019. 02.08)
사실 엄니의 슬픔은 영암 신북에서 낳은 셋째 여동생부터입니다. 당시 애를 받으러 오신 할머니께서 딸아이가 나온 것을 보자 그대로 등 돌리고 앉아 담뱃대에 불을 붙이셨고 별 수 없이 아부지가 뒤 수습을 모두 다 하셨는데요. 아무튼 아들을 바라고 셋째 여동생은 정식 이름을 두고 입학 전까지 모두 땅꼬라고 불렀지만 이 또한 효험이 없었는지 넷째 역시 엄니의 바람과는 멀었고요. 이후도 슬픔은 계속되어 아들을 낳아야하는 사명감을 결국 며느리에게 안기셨습니다. 엄니 오늘 여든 여덟 생신 축하드려요! 알고나 있으세요? (2019.02.07)
정월 초이틀 하느님께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셨습니다. 크게 쓰려는 것일까요? 아침 밥상에 놓인 배추 겉절이 두 접시 중 어느 게 자기작품인지 맞추라는 애엄마의 숙제가 저와 아들에게 떨어졌습니다. 가혹하게도 “못 맞추면 올 일 년 어림없다!”라는 벌칙과 함께요. 아들아이는 두리 뭉실 양쪽을 어쩌고저쩌고. 저만 젓가락을 분주히 움직이며 애엄마의 채취를 감지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손맛이 깊은 개미(감칠 맛)진 음식은 표가 나는 법. 다행히 저는 시험에서 벗어났습니다. 할렐루야! (201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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