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시 무렵 저녁식사 자리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일 일찍 갈 터이니 상품 하나를 준비해달랍니다. 당연히 반갑지요. 그런데 잠시 후 다시 걸려와 이번에는 두 개를 준비하라 합니다. 당연히 더 반가웠습니다. 식사자리가 끝나 가는가싶은데 또 그분의 전화입니다. 이번에는 두 개가 더 불어 네 개입니다. 역시나 더욱 반가웠습니다.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누운 시간 다시 그분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며 아까 주문한 걸 전부 취소합니다. 도로아미타불 허세음보살! (2019.01.31)
드디어 제가 이겼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분들과 14년 이상 끌어온 줄다리기 끝에 그분들이 결국 줄을 놓고야 말았습니다.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제가 배타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흥미를 갖고 있지도 않아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방문하는데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워낙 인품들이 훌륭하셔서 내치지 못하고 그저 주변의 딴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가곤 했었는데요. 그분들은 담당을 바꿔가며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사실 저는 지금 홀가분합니다. (2019.01.30)
새벽녘 여의도 한강변을 걸어오는데 하얀 늑대 한마리가 쏜살같이 저를 향해 달려옵니다. 눈 깜짝할 사이 저와 1m 사이를 두고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머릿속에 스치는 것은 제 묘비명이었습니다. “여기 쓸데없이 일찍 일어나 그것도 추운 날 한강 길을 걷다 떠돌이 개에게 멍충하게 맞서 무모하게 전사한 얼간이 잠들다.” 순간 멀리서 “안 물어요!”라는 여자 분의 목소리와 함께 상황은 종료되었는데요. 자기 목줄을 물고 돌아서는 개에게 고개 숙여 절을 드렸습니다. “고마워요 승냥이님!” (2019.01.29)
나이가 육십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세월이 훨씬 빨리 지나가는 속도에 맞춰 몸의 변화도 빨리 진행되는 거 같습니다. 올해 들어 유난히 전에 없는 현상이 두 가지나 동시다발로 발생하여 저를 당황하게 합니다. 그것은 아침에 눈을 뜨면 조금 더 자고 싶어 바로 못 일어나는 것 하나와 한 번도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해질 무렵이면 피곤이 어깨 위를 누릅니다. 워낙 안 잤으니 더 자는 일이야 그냥 누워있으면 그만이지만 피곤한 몸은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술을 먹으면 될랑가? (2019.01.29)
카카오 톡에 메시지 삭제 기능이 얼마 전에 추가되었습니다. 메시지를 잘못 보냈을 경우 상대가 보기 전에 바로 삭제하면 지워지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보낸 분이야 삭제하고 마음을 놓고 있을지 모르지만 받은 분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보내고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보낼 걸 내게 보냈는가? 상상의 나래가 마구 펼쳐집니다. 슬그머니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사실 삭제했다는 메시지조차도 없어야만 하는 기능입니다. (201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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