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계속 술에 취해 들어갔으므로 어제는 애엄마의 한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안 먹은 것처럼 숨기기로 했습니다. 얼굴색이나 말은 평소와 다름없는데 문제는 술 냄새입니다. 껌을 씹고 초콜릿을 먹어도 그때뿐입니다. 아파트 앞에 이르자 라일락 향이 코를 찌릅니다. 바로 저거입니다. 한 움큼을 꺾어 그 향에 묻어가기로 했습니다. 의기양양하게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섰는데요. 아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무리를 떠난 라일락 꽃 향은 어디로 갔나요? ㅋㅋㅋ 수수꽃다리만 엉성하게 남았어요.
(2017.04.19)
지난 일요일 밤 부활절이어서 그런지 모 방송에서 십계를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대작(大作)들은 나이를 달리하여 볼 때마다 그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이번에는 어느 대사 한 구절이 몸으로 들어와 마음에 확 안깁니다. 십보라가 모세에게 이야기 합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예술이 아니라 삶입니다!” 지금 제가 열심히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과제여서 그랬을 것입니다. 사랑은 삶이라니 과제라고 명명하는 것조차도 사치이네요. 네에, 사랑은 삶이라니 삶이 곧 사랑일 것입니다. (2017.04.18)
어제 포천의 푸른솔 골프장 시간이 남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발아래 티그라운드 전방 30여m지점 왼쪽에 연못이 있는 한 홀이 눈에 뜨입니다. 순간 “저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여 저 연못에 공을 집어넣는 사람이 있을까? 또 그러고 나면 얼마나 허망할까?”하는 발칙한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생각이 현실로 바뀌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홀이 우리가 치고 나갈 첫 홀이었습니다. 이윽고 제 차례가 되어 힘차게 휘두른 채에 맞아 나간 공이 앞으로 쪼르르 굴러가더니 바로 그 연못에 퐁당!
(2017.04.17)
술 약속이 많아서 저녁 가게 닫는 시간은 별 수 없이 반칙을 하게 됩니다. 어제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술자리에 앉아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벌써 세 번째 왔다면서 “도대체 왜 이리 자주 자리를 비우냐?” 는데 분기탱천에 폭발 일보직전입니다. 이럴 때는 솔직하게 고하면서 그분의 감정 조율이 우선입니다. 이윽고 화가 누그러진 그분과 타협을 합니다. 아침 이른 시간 7시20분으로 정합니다. 저야 대환영입니다. 그 시간이면 이미 저는 나와 있는 시간입니다. 약속대로 그분이 오늘 오셨습니다. (2017.04.16)
어느 날 웅렬이가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생닭을 삶아 먹자고 한다. 그때까지 내 손으로 밥 한번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한편 흥미도 당겨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양동 닭전 머리에서 털이 다 뜯긴 생닭 한 마리를 사서 월산동 양옥 2층집 웅렬이 집으로 향했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어 둘이 솥에 그대로 넣고 삶아서 소금에 찍어 먹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모든 요리는 웅렬이가 다했다.(201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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