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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건물 화장실에 아직 따뜻함이(2017.04.04~2017.04.08)

고속터미널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옆 에스컬레이터에서 쿵 소리와 함께 아가씨가 넘어졌습니다. 넘어진 채로 10계단 이상을 끌려 내려와 바닥에 내팽개쳐졌습니다. 일어나는 것을 돕고 싶었지만 여자아이라 망설이는데 마침 다른 아가씨가 일으켜 세웁니다. 몸은 다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바지 양쪽 정강이 부분이 찢겨져 나갔습니다. 한참 있다 정신이 드는지 다시 위로 올라갔습니다. 몸의 아픔보다 창피함이 앞섰을 것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스마트폰을 보다 일어난 참사입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2017.04.08)




암태 출신 시인 수곡 문흥원님의 생일을 맞아 평소 그를 흠모하던 아재들이 모였습니다. 뭍으로 올라와 쑥밭에 몸을 안긴 도다리도 함께 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소나무를 감고 올라간 담쟁이넝쿨도 병속으로 들어와 한 자리를 같이 합니다. 여흥이 무르익자 수곡이 벌떡 일어나 자작시 한 수를 읊습니다. 옆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아재들이 박수와 함께 향연의 한 축을 차지합니다. 그렇게 동대문의 봄은 무르익었습니다. 옆에서 연신 추임새를 넣어준 초당 아짐의 가슴에도.... (2017.04.07)




어제 저한테 3천원을 가져간 그 아짐이 터미널 개찰구 다른 쪽에 오늘 또 서있었습니다. 입술을 좀 더 얕게 바르고 우산을 들었지 어제와 같은 복장입니다. 또 누군가를 희생양 삼으려는 게 분명합니다. 그대로 둘 수 없어 다가가 어제 빌려간 돈을 내놓으라 했습니다. 예상대로 그런 일 없다며 시치미를 뗍니다. 인생을 왜 저렇게 사는지 참 딱하네요.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한 소리 남겼지만 눈에 안 뜨인 게 제가 더 편했을 것입니다. (2017.04.06)




83년 입사 우리 동기들은 어찌어찌 헤어져 다른 선후배님들에 비해 모임이 없었습니다. 오늘 갑작스레 폴리미래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이종희 전무가 점심을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 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는 바로 고등어조림 집으로 옮겨 폭탄주에 추억을 실었습니다. 현대로 옮긴 봉채의 눈두덩 이야기가 오고간 즈음 노무 및 출하부서의 안황 선배님께서 합류 하셨습니다. 낮술에 지금 지금 지구가 거꾸로 돌고 있습니다. 이종희 만세! 안황 형님 만세! (2017. 04.05)




모자를 쓰고 파란코트 옷차림은 단정했으나 지나치게 끝이 뾰족한 삼각 턱으로 비교적 비호감인 아짐이 개찰구를 막 빠져 나오는 저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연히 차편을 물어보려니 생각했는데 교통카드를 내보이며 돈이 좀 부족하다고 3천원만 달라고 합니다. 전철 1회 비용이면 그보다 작아도 되는데 거짓말이려니 생각하면서도 선뜻 뿌리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갚겠다는 말도 없이 고맙다는 말만 남기는데요. 제 3천원에 속였다고 즐거워하든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든 그분 마음이지만 저 혼자로 끝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2017.04.05)




건물 화장실에 아직 따뜻함이 가시지 않은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놓여있습니다. 누군가 급히 일을 치루고 잊고 간 게 틀림없습니다. 그분 참 단 일회 용변에 5천 원 이상의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가셨네요. 그런데 제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새 것인데 가져가서 대신 마셔야하나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하는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다시 올 수 있으므로 두는 게 정답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장난기가 발동해서 20분 뒤에 다시 가봤더니..........(20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