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간간 술값을 내는 것은 주저하지 않으면서 가족들에게 돈을 쓰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쓸 기회가 쉽지 않거나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엊그제 수산시장에 들러 애엄마가 좋아하는 연어회와 제철인 방어회를 사들고 집으로 갔습니다. 일을 마치고 밤늦게 들어온 애엄마가 반가운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튿날 아침 모두를 비우고 남은 빈 접시가 저를 흐뭇하게 했습니다. 내친 김에 어제는 소고기를 사들고 갔습니다. 아 이번에는 아들이 좋아합니다.(2016.12.02)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감들이 초가 됩니다. 나주에 계시는 집안의 아재께서 직접 재배하신 대봉 한 상자를 고맙게도 제 가게로 보내주셨습니다. 일부는 이웃에 나눠주고 나머지는 일렬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홍시가 되는 순서대로 하나씩 먹겠다고 감들에게 공포했습니다. 그랬더니 감들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동시다발로 홍시가 되어버리자고 동맹을 맺은 것입니다. 하루 하나씩을 고집했던 저는 초가 되는 감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오늘에야 냉장고의 냉동실이 생각났습니다. (2016.12.01)
우면산 꼭대기 치장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러 일하시는 분들의 손이 분주합니다. 입간판에는 11월29일 끝마치기로 되어있으나 조금 길어져 바쁘시나 봅니다. 꼭대기 둘레에 나무마루를 설치하는 등 몇 가지 편의시설을 제공한다는 취지인데 자연 그대로를 살렸던 전의 모습이 제 눈에는 더 좋아 보입니다. 하루에 오르내리는 사람의 수가 부지기수인데 저 나무마루가 과연 얼마를 견뎌낼 수 있을까요? 서초구에 있는 산만이 누라는 호사일 것입니다. (2016.12.01)
우리에게 봉선화 소금을 선사하셔서 건강증진을 도모하게 하시는가 하면 전국에 봉선화를 보급 우리 국민들의 정서함양에 크게 기여하시는 22회 이종갑 형님께서 지금 조금 아프십니다. 현대 아산병원에 잠시 쉬시면서 내년도 사업구상에 열중이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여기에 올리는 게 맞는지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만 병은 여러 사람에게 알리면 금방 낫는다는 말이 있어서요, 종갑이 성님! 언능 인나씨요 잉! 봉선화들이 기디려요야! (2016.11.30)
샤워를 막 끝낸 남녀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층을 올라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샤워를 마치고 2층 엘리베이터에 올라 있는데 저처럼 샤워를 막 마친 아짐이 황급히 오릅니다. 한 손에는 샤워용품을 들고 머리는 아직 덜 말라 물기가 남아있습니다. 앞만 쳐다보고 있는데 저는 옆모습을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뽀얀 얼굴이 예뻐 보입니다. 그런다고 이른 아침에 “예쁘십니다!”라고 말을 건넬 수도 없고요.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1층 우리 집에 멎었습니다. 결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2016,11,30)
어제 저녁 8시 무렵의 9호선 전철 속 서 있는 제 주위의 양쪽 의자에 열네 명이 앉아 있고 주변으로 저를 포함 열세명이 서서 있습니다. 도합 스물일곱 명 중 스물여섯 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무언가 열중하고 그중 딱 한명의 아가씨만 책을 보고 있습니다. 순간 요즘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우리나라 헌법이 생각났습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공화국입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시간은 스마트폰에 있고, 모든 재미는 스마트폰으로부터 나옵니다. (2016.11.29)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2부 투어에 작년에 입문하여 활약하고 있는 우리 박정수 사우의 아들 박지민(20세, 경희대학교 1학년)군이 금년도 KPGA Q스쿨을 통과하여 2017년 KPGA 전 대회의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내년도에는 우리의 지민군이 활약하는 모습을 TV를 통하여 보면서 응원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지민군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은 박정수 사장 내외분께 축하와 성원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박정수 만세! 박지민 프로 만세! (2016.11.28)
엄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즐겁고 발길이 가벼워야하는데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갑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져 행여 자식인 저를 몰라보실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저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는 하셨습니다만 잠시 후에 제게 “네가 내 동생이냐? 아들이냐?"라고 묻습니다.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지만 지금 이대로 이 정도에 머물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실 이제 정상적인 대화를 이끌어 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몸은 건강하시 답니다. (2016.11.28)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심의 길가에 작은 트럭을(2016. 12.07~2016.12.12) (0) | 2016.12.13 |
---|---|
조카의 결혼식을 위해(2016.12.04~2016.12.07) (0) | 2016.12.13 |
우리 청와대의 직원 사랑은(2016.11.23~2016.11.27) (0) | 2016.12.02 |
입사 첫 해 당시 서무과(2016.11.19~2016.11.22) (0) | 2016.12.02 |
새벽 5시면 일어나는 저이(2016.11.15~2016.11.18) (0) | 2016.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