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는 저에게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회초리를 드셨습니다. 뭔가 잘못했거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때리셨겠지만 철이 들자 이것이 반드시 그 이유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맞은 날은 꼭 아버지가 술이 취해서 오신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무릎을 꿇고 듣는 훈계. 그때 옆의 책장 속에 "꾸짖지 않는 교육"이라는 책이 꽂혀있었는데요. 저는 아버지 말씀을 한 귀로 흘리면서 "책만 있으면 뭘 해 교육자가 실천을 해야지!" (2016.11.27)
사당역으로 가는 2호선 퇴근길 전철에 억지로 몸을 쑤셔 넣었습니다. 몸의 앞뒤가 따로 없고 남녀의 구별이 없이 모두 콩나물시루의 콩나물입니다. 어디다 눈을 둘 수가 없어서 눈을 꼭 감고 전철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마침 옆에 동료로 보이는 아가씨 둘의 수다가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응 나는 아침저녁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실컷 스킨십을 하고 다녀, 간간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하면서!" ㅋㅋㅋ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2016.11.26)
평소 애엄마가 저에게 고양이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소식에 정량을 유지하기 때문인데요. 지난 월요아침 모처럼 차려준 아침식사에 감읍해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먹었더니 역시나 거북함을 불러왔습니다. 가슴에 무언가가 자리 잡고 내려가지를 않아 끼니를 두 번 걸러도 그 자리에 있고, 운동을 부러 격하게 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민어탕을 점심으로 먹는 날 잠시 괜찮은 것 같았는데 다시 그대로였습니다. 3일여를 시달린 어제 우후에야 약국이 떠올랐습니다. 두 번을 복용하니 슬그머니 물러나네요.
(2016. 11.25)
늙어가는 것인지 철이 들어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점점 마음이 가족들을 향해 다가갑니다. 물로 아직은 부등호가 밖을 향해 열려있지만요. 전에는 늦게까지 자고 있는 식구들을 보며 무슨 잠들이 저리 많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래 더 자라 잠이 보약이다 이러면서 혼자 아침을 챙겨 먹고 나옵니다. 행여 식구들 중 누가 아파해도 병원에 따라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요즘은 차라리 제가 아팠으면 합니다. 한강의 오리 가족이 추운 날을 함께 보내는 것을 보면서. (2016.11.24)
같은 회사에서 오래 근무를 한 사이에도 존경한다는 표현을 쓰기가 참 어려운데요. 하물며 타사의 직원을 존경한다고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 저를 즐겁고 흐뭇하게 합니다. 우리 회사의 김명진 사장님을 호남석유화학 이춘성 이사님께서 “늘 본 받을 분으로 존경하고 있다”고 저에게 어느 술자리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듣고 어디 그냥 지나갈 수 있나요? 바로 즐거운 자리로 이어집니다. (2016.11.23)
우리 청와대의 직원 사랑은 타의 귀감입니다. 직원들의 건강과 미용을 위해서 저의 경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을 구입했으며 더 나아가 원활한 성생활을 돕기 위해 비아그라까지 공급했다 합니다. 이런 따뜻한 사랑의 청와대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실로 자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이를 본받아 이런 주사제와 발기부전 치료제 구입에 떨쳐나서야 할 것입니다. 세워라 대한민국!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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