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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도심의 길가에 작은 트럭을(2016. 12.07~2016.12.12)


12월12일 오늘은 딸아이 생일입니다. 엊그제 애엄마에게 생일이야기를 꺼냈더니 깜빡 잊어 일 년을 시달릴 뻔 했다면서 저에게 바로 지시가 떨어집니다. 일요일인 어제 가게를 조금 일찍 접고 꽃가게로 달려가 나름 주의를 기울여 꽃을 골랐습니다. 이름도 물었습니다. 그리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음식점으로 향합니다. 저는 의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애들이 시킨 음식을 그냥 맛있게 먹어야합니다. 당연 소주 대신 와인으로 폼을 잡고요. 언젠가는 집을 떠날 아이들, 있는 동안이라도 하루 꾹 참아야 하지요 잉! 

(2016. 12.12)





다섯 시 반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몸을 기댔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두 시간여를 푹 잤습니다. 그간 잠이 많이 부족 했었나요? 사실 저는 좀 둔한 탓인지 끼니를 걸러도 배고픈지를 모르고 또 몸의 어떤 상태가 피곤한 것인지 잘 몰라 최근 몇 년 몸을 혹사했습니다. 하여 알게 모르게 몸의 각 부분에 피곤이 누적해 있을 것입니다. 그걸 한 군데 한군데 돌아가면서 이제 저에게 보여주는 것이지요. 눈부터 시작하나 봅니다. 그래서 시 때 없이 졸고 있겠지요. (2016.12.11)





어제 새벽, 길에 떨어져 비를 맞고 젖어있는 스마트폰 하나를 주었습니다. 제 것과 같은 기종으로 새 것입니다. 가게로 가져와 습기를 제거하고 배터리 충전 후 주인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과연 누구일지 궁금하였으나 암호가 걸려 있어 제가 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오후 세시까지 연락이 없자 머릿속에는 주인의 성별부터 직업까지 마구 왔다 갔다합니다.. 이윽고 엄마로부터의 전화, 중학생 아이가 분실한 것입니다. 퇴근하면서 그 집 앞에까지 가서 건넸습니다. (2016.12.10)





오늘은 아마 해가 서쪽에서 떴을 것입니다. 요즘 깜짝 놀라는 일의 연속입니다. 모임에서 조금 일찍 나온 거리에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애엄마에게 마치 가게에서 바로 가는 것처럼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샛강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아니 애엄마가 우산을 들고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철이 든 것일까요? 사랑이 남아 있는 것일까요? 늙어가는 저를 보기가 애처로워서일까요? 젊은 날 단 한 번도 없었던 깜짝 연출에 어리둥절했습니다. (2016.12.09)




도심의 길가에 작은 트럭을 세워두고 호떡과 풀빵을 구워서 파는 분들은 대부분 말씀을 못하고 못 듣는 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몇 개라도 사서 먹습니다. 물론 제가 호떡을 좋아하기도 해서요. 손으로 호떡 두 개와 풀빵 다섯 개를 주문했습니다. 아저씨 혼자서 풀빵기계와 호떡 기계를 왔다 갔다 하며 서두르십니다. 종이 봉지에 담은 갓 익은 풀빵 하나를 길에서 먹으며 저 트럭 가게에 손님들 줄이 길게 늘어서기를 기대합니다. (2016.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