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인근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점장으로 있던 고객 한분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5년여를 일부러 우리 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역시나 회사에서 일 년 연봉을 주면서 나가라고 해서 마지막 출근을 하고 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50대 초반이며 아직 모아놓은 것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 기분을 잘 알지요. 뭐라고 한들 위로가 될까요? 가까운 시일 내로 꼭 들리라했습니다. 술 한 잔 사겠다고요! (2016.02.25)
남부터미널 부근 이 자리에서 제2직업으로 점빵을 내서 이제 12년째에 이릅니다. 그 사이 많은 손님들이 우리 가게와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는 모녀가 함께 고객인 된 경우도 있고 어머니의 대를 이어 고객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딸이 대부분 엄마와 같은 성향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교양과 품격이 넘치는 엄마를 가진 딸은 그대로 교양과 품격이, 갑질과 반말을 일삼는 엄마를 가진 딸은 또 그대로. 선 볼 때 당사자를 보지 말고 장모될 사람을 보라는 옛말이 틀림없습니다.
(2016.02.24)
가져온 도시락을 두고 고등어조림을 잘하는 식당에서의 점심. 옆자리에서 선후배로 보이는 두 사내가 고등어조림과 함께 소주 한 병을 비워내고 있습니다. 선배가 일방으로 후배에게 사업에 대한 자랑과 그리고 훈계 충고를 쏟아내는 자리입니다. 당연히 계산은 선배의 몫으로 생각한 저는 이를 지켜봅니다. 식사를 끝내고 둘 다 계산대에 이르렀으나 후배가 “제가 내겠습니다.” 하자 선배가 뒤로 물러나면서 “응 내가 내려는데 네가 낼래?” 옆에서 보는 제가 그 선배를 패주고 싶었습니다.(2016.02.23)
퇴근길 터미널 역에서 환승을 하여 9호선 전철에 올랐습니다. 복잡한 시간이라 서서 가야하므로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앞에 앉아있던 아가씨가 일어서면서 저더러 앉으라고 합니다. 순간 당황한 저는 아가씨 소매를 붙잡고 괜찮으니 다시 앉으라고 했습니다만 고개를 흔들며 양보를 계속합니다. 앉아 있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가씨가 저쪽 한편에 서 있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어색하고 또 내가 벌써 자리를 양보 받을 나이인지 어지럽고, 에라 모르겠다. 눈을 감아버렸습니다.(2016.02.23)
가끔 들리는 중국 교포 아짐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게 피부도 좋아졌고 얼굴빛도 훨씬 밝아졌습니다. “아니 무슨 좋은 일 있으셔요? 사람이 확 변했습니다.” “어머나 그래요? 사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털어놓은 이야기가 병석에 계신 시어머니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모셔와 대소변을 받아내며 1년여 수발을 했는데 한 달 전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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