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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우리 식구 딱 넷만의 설이(2016.02.08~2016.02.12)


이명박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곧 북한관광길이 중단될 것을 예상한 저는 그의 취임 전에 북한 땅을 밟아보려고 서둘러 개성관광에 나섰습니다. 우리 쪽의 버스를 타고 개성을 둘러보면서 박연폭포 앞 매대의 소녀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같이 찍고 개성 시내 식당에서 빨간 넥타이를 어색하게 맨 총각종업원에게 예쁘다는 칭찬으로 그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 기간 어렵겠지요? 먼 훗날 사가들은 체제나 이념보다는 민족애적인 관점에서 오늘을 들여다보지 않을까요? (2016.02.12)






고속도로 정안휴게소 휴게 시간 5분여를 남기고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버스에 오릅니다. 사내 하나가 승객들에게 번호표를 돌리고 다른 사내 하나의 일장 연설이 시작됩니다. “LG시계사업부에서 나왔습니다. 외국으로 수출되며 탤런트 김성환과 이응경이 보증하는 28만원짜리 명품 고급시계를 모든 분에게 드리지는 못하고 당첨 되신 몇 분만 드립니다.” 그러면서 발로 버스바닥을 탕 치며 번호를 부릅니다. 어수룩한 승객 한 분이 손을 번쩍 듭니다. 세금은 내셔야한다는 그들에게 \28,000원을 지불합니다.

(2016.02.11)



이번 설 명절 기간은 온전히 서울에서 보내려나 싶었는데 시절은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집안의 당숙께서 돌아가셔서 급히 목포 조문을 가야합니다. 마침 오늘은 어머니의 85회 생신이기도 해서 걸리는 바가 컸는데 일찍 가게 문을 닫고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니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마침 애엄마가 어머니께서 입으실 가벼운 조끼 두 벌을 사두었던 터라 생신 선물로도 딱 입니다. 어머니 생신을 먼저 챙길 수도 있었음에도 조문과 더불어서야 서두르다니 저는 역시 효자는 아닙니다. (2016.02.10)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가르마를 타서 긴 쪽의 머리를 앞으로 빗어 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좁은 이마를 가리며 나이보다 조금 어려보이는 그런 헤어스타일을 이제까지 유지해왔지요. 엊그제 독하게 며칠을 아프고 난 이후 과감하게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앞머리를 빗어 넘겨 이마를 드러냈습니다. 벗어 넘긴 머리카락은 뒤 빠진 부분을 조금을 가려주면서 이제까지 그늘에 숨어있던 이마에서 빛이 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대운이 열린 기분입니다. (2016.02.09)



우리 식구 딱 넷만의 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뭔가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는데 딸아이가 한마디를 합니다. “우리 가족의 명절은 할머니의 치매와 더불어 실종되었어. 할머니가 음식을 못 만드시면서 재미도 없고 활기도 없어!” 그렇습니다. 명절 전날부터 엄니가 만드시는 음식을 오며가며 하나씩 입에 넣고 먹던 즐거움이 사라진 것이지요. 오늘이 설인지도 모르시는 어머니는 오늘 하루 목포의 요양병원을 떠나 광주의 여동생 집에서 지금 “여기가 어딘가?” 그렇게 앉아 계십니다. (201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