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을 나서려니 구두가 짝짝이다. 올 해들어 벌써 두 번째 겪는 일이다.
애엄마에게 신을 보여 주며 서로 쓴 웃음을 나눴다.
남들이 자세히 쳐다보지 않을 것이므로 그냥 그대로 신고 나왔다.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 벗어놓은 일이 없었으니 가게를 나서면서 바꿔 신고 갔거나
어제 하루 종일 바뀌 신고 있었던 것이다.
살며서 점점 이런 작은 일에 무뎌져간다.
하루 한 번씩 먹는 혈압약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몰라 두 번씩 복용하는 일이 있다.
혼자만 알고 혼자만 느끼는 일들이지만 사실은 당황스럽다.
내 자신에 대한 혼란 때문이다.
자로 잰듯한 시간쓰기,
작은 일들과 숫자 그리고 한번 본 사람들에 대한 기억,
기분 좋게 마주하는 아침,
늘 웃을 수 있었던 여유,
노래와 함께 시작하는 걷기
절제된 소비생활과 술자리.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이런 것들을 잃어가면서 오는 혼란들이다.
2.반포 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현 LG아파트는 외부와의 담대신에 뜰을 크게 조성하였다.
산 속의 수령이 꽤 되는 소나무도 옮겨왔고 느티나무, 단풍나무등 다양한 수종과
뜰 전체를 잔디로 덮어서 제법 작은 숲을 연상케한다.
지나가는 행인에게는 숲 길을 걷는 기분이 들도록 하고
사는 주민들에게는 출입의 자유로움을 더하게 하는 등.
열려있는 사회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있다.
그래서 나도 그 쪽 길을 걸을 때면 늘 상쾌한 기분이 된다.
오늘 역시 그 쪽으로 오면서 뜰을 유심히 보고 오는데
풀섶에 새양쥐 한마리가 자기 키보다 큰 풀의 풀씨를 따 먹기 위해
옆 돌위에 올라, 발돋움을 하고 식사에 여념이 없다.
지난 번에 지나가던 다람쥐를 본 적이 있어서 그 다람쥐인가하고
내심 반가웠는데 뜻밖에도 새양쥐녀석이다.
배가 고프셨는지, 정시 식사시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온통 먹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보통은 쥐라면 정색을 하고 쫓아버리거나 돌맹이질을 하는데
오늘 아침의 이 새양쥐는 깨끗하게 앙증 맞은 모습에
돌을 던질 생각이 전혀 없고 귀여운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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