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입구에 들어서 조금 걸어가자 은근한 꽃 향이 저를 자극합니다. 이 계절에 다른 나무의 꽃들은 이미 다 져서 주위에 보이는 게 없는데 역시나 금방 사라졌습니다. 다시 조금 걸으니 그 야릇한 향이 다시 저를 유혹합니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나왔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더니 대성사 근처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6월이 되자 드디어 밤꽃이 피기 시작한 것입니다. 젊은 시절에 느꼈던 특유의 비릿한 내음까지는 아직 못 미쳐서 가까이 코를 묻고 옛 정취를 더듬습니다. 시간이 길어지자 한 소리가 저를 깨우칩니다. “지금 거기서 무슨 생각을 하는고? 어서 가던 길이나 마저 가시지!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

* 나무이름을: 오자마자 가래나무, 입 맞추자 쪽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낮인데도 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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