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영원한 동지 산하 형제들과의 올해 첫 골프모임을 로제비앙 골프클럽에서 가졌습니다. 후배가 운전하는 뒷좌석에서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아가며 앉아 있는데 골프장 들어가는 길이 어찌 익숙합니다. 아하! 저에게는 전설로 남아있는 과거 경기cc였습니다. 그간 세월이 흐르고 경기(景氣)의 부침에 따라 경기(京畿)에서 블루버드로 다시 큐로경기로 거기서 큐로로 바뀌고 이어서 또 새 주인을 만나 로제비앙이 되었다 합니다. 아마 저도 경기cc를 다녔던 때와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벌벌 떠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쳤던 첫 홀 티샷이 폭풍을 몰고 왔던 1번 홀 역시 달라져 있었습니다. 당시 일을 아래 첨부해드립니다.
첫 티샷의 두러움
지금은 덜하지만
첫 홀 첫 티샷의 중압감은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뒤에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욱 그랬다.
손으로 들고 그냥 지나가고 싶다. 늘
회사 고객초청 골프대회가 열렸던 어느 가을날
경기cc의 하늘은 한없이 맑았고
고추잠자리의 날개 짓은 한없이 여유로웠으나
그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으니
하필 첫 조에 편성되어 회사를 대표하여
첫 티샷을 날려야하는 우리의 불쌍한 강남석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마음을 다 잡고 있었으나
드라이버를 쥔 손의 떨림은 어찌할 수 없다.
이윽고 티박스에 올라서자
뒤로는 회사의 사장님과 임직원들의 눈
그리고 초청된 고객들의 기대 가득한 눈
40여명의 눈동자가 모조리 그를 향하고
원래 헛스윙조차 부끄러워 냅다 치고 내려오지만
성의 없이 보일까 두려워 몇 번 허공을 갈라보다.
떨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하면서
운명을 하늘에 맡겼다.
용케도 티를 벗어난 공이 앞으로 날아가
안도의 숨을 쉴 찰라 아니 숨 쉴 틈도 없이
30여m 앞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그 앞의 바위를 맞추고 말았다
공이 차라리 그 자리에 머물렀으면 좋으련만
어찌 세상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바위를 맞춘 공이 방향을 바꾸더니
큰 곡선을 그리며 뒤로 향하지 않은가
그늘 집 앞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장님이하 임직원과 고객들이 난리가 났다.
날아오는 공이 자신들을 향하자 좌우로
마치 홍해 물 갈라지듯 몸을 피해야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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