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법원에서 날아온 송달서류(2021.03.09~2021.03.12)

16년을 거의 매일 가게에서 혼자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적 영역에서의 저의 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나 봅니다. 애엄마가 화를 낼 일도 있고, 싸워야 할 일도 있는데 무조건 피한다고 지적합니다. 손해를 볼 일과 안 볼 일에 대한 분별도 못 한다고 합니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작은 갈등에도 마구 흔들리니 그냥 지는 수를 선택하는 저의 성격과도 맞물려있으니 보는 애엄마는 바보스럽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스마트폰에 제 이름을 바보 강남석으로 입력했을까요. 지금은 바뀌어있습니다만.(2021.03.12)

 

 

이른 아침 출근하여 가게가 있는 동네 산책을 하다가 노상에서 야쿠르트 아짐을 만났습니다. 아마 9시까지 길에서 출근하는 분 상대로 판매를 하고 그 이후부터 배달에 나서는가 봅니다.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다가가서 제 것을 미리 달라고 했습니다. 반가워하면서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저야 들고 오면 그만이지만 아짐은 저한테 오시는 시간만큼 절약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부지런히 사는 분들을 보면 절로 박수가 나옵니다. 뭔가 도와드리고 뭔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절로 솟습니다.(2021.03.11)

 

 

 

작년부터 이어지는 매출 부진이 2월 말 이후 심화 되더니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만의 문제만은 아니라서 발버둥 칠 일은 아니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게 사실입니다. 아침에 와서 포스를 켜면 전날의 제 실적이 전국 매장 중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를 알 수 있는데 이를 보고 슬프기도 하고, 결의를 다지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합니다. 지금쯤은 하루하루에 일희일비 않을만도 한데 새가슴인 저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에 발맞추었을까요? 남부터미널 양 길가 옆으로 두 노조가 시위에 나섰습니다.(2021.03.10)

 

 

 

법원에서 날아온 송달서류를 읽어보니 채무자 김모(여)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저를 제3 채무자로 적시하고 진술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서입니다. 국가에서 저에게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역시나 잠원동 집의 세입자 김모와의 채권채무 관계를 진술하라는 게 요지입니다. 그런데 채무자 김모는 제가 일면식도 없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일은 더더욱 없습니다. 그럼에도 진술은 필수라 해서 국가의 전자소송 홈페이지 접속을 시도했습니다. 뭘 깔아라, 또 뭘 깔아라, 수없이 뭔가를 깔고 나서야 국가의 명령에 겨우 응할 수 있었습니다.(202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