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보충을 위해 인근 롯데 마트에서 양념이 된 소, 돼지불고기와 여기에 고추 마늘 상추까지 일습을 장만해서 집으로 갔습니다. 아무도 없을 터라 제가 직접 요리해서 먹을 양으로요. 그런데 딸아이가 일찍 들어와 치킨을 시켜놓고 저를 기다립니다. 이미 머릿속에 불고기가 들어와 있는데 치킨 생각이 날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딸아이를 실망시킬 수 없어서 전혀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하며 입맛을 다십니다. “아이고 고맙다, 같이 먹자, 사실 치킨이 더 먹고 싶었어야!” 그때 소와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왔습니다. (2020.10.17)
머리를 뒤로 묶고 위아래 검정 옷, 검정 배낭 차림의 아짐이 들어와 이리저리 들러보더니 자기가 미국적도 있고 신분이 확실한 사람인데 지금 현금도 카드도 없다면서 물건은 오늘 가져가고 다음에 결재하겠다고 합니다. 2만원도 안되는데 아무리 봐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보여주는 신분증은 또한 83년생입니다. 거짓말이 확실했지만 그냥 그 정도는 액땜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수모를 안기면 제 마음도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다른 곳에서 저러면 온전하지 못할 텐데 제가 어벙하게 보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20.10.16)
인근 롯데마트에 갔다가 눈에 확 들어온 상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삼립 크림빵입니다. 저 식품이 아직까지 있다니 처음 맛 본 그때의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납니다. 67년 초등학교 6학년 나름 중학교 입학시험공부에 열중이던 시절 아버지께서 저 빵 하나를 사주셨습니다. 빵만으로도 가슴이 꿍꿍 뛰는데 빵 가운데 달고 하얀 크림을 세상에 이런 맛도 있나 싶어 혀로 슬슬 녹여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바로 하나를 사와서 그 시절 영암초등학교 교문앞 점빵을 떠올리며 감격의 재회를 합니다.(2020.10.16)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빨라집니다. 이와 비례해서 낮에 졸리는 시간도 점점 많아져갑니다. 새벽 네다섯 시에 일어났는데 요즘은 세시에 일어나서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또한 젊은 날 낮잠은 남의 집 개 이름이었는데 요즘은 시 때도 없이 낮에 졸다가 잠이 슬쩍 듭니다. 간간 손님이 들어와 깨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밤에 자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없을까요? 저는 술을 먹고 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이 많은 것도 참 큰 복일 것입니다.(2020.10.15)
일요일을 포함 단 하루도 빠짐이 없이 동작역에서 새벽 5시 42분에 출발하는 9호선 급행에 오르시는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언제나 검정 양복에 검정색 구두 그리고 검정 뿔떼 안경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파랑색과 빨간색을 번갈아 매시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을 단정한 모습, 고속버스터미널역에 내려 8번 출구 쪽으로 나가시는데 어디로 가시는지 저의 상상력으로는 짐작해낼 수가 없습니다. 마음속으로만 작은 각시 집에서 주무시고 큰 각시 집으로 가시는지? ㅋㅋ할아버지 그냥 농담입니다.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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