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저를 위해 낙지볶음 등(2020.09.24~2020.09.27)

지난 장마에 물과 함께 쓸려와 빠져나가지 못한 건지, 아니면 어떤 이유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새끼 게 한마리가 한강 길에서 고독한 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가가도 비켜나지도 않고 움직이는 속도도 거의 없습니다. 저러다 자전거에 깔리거나 오가는 사람들에 밟힐까 싶어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기로 했습니다. 손으로 잡아 한강 물 가까운 곳으로 가서 내려놓으려는데 벌써 정이 들었는지 저를 떠나지 않고 손바닥을 한 바퀴 돌아 한참을 있다 나갑니다. 잘 커서 어미 게로 다시 한 번 조우하기를 기대해보면서......(2020.09.27)

 

 

 

 

우리 가게에 정관장 상품을 배송해주시는 기사분이 어제는 짐을 내리면서 여러 배송기사들께서 남부터미널역점 점주인 저를 제일 좋아한다는 덕담을 건넵니다. 좀 쑥스러웠지만 이유를 물었더니 첫째는 항상 제일 먼저 문을 여니까 배정이 되면 아침 일찍 갈 수 있어서 좋고 둘째는 언제나 사람대접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첫째 이유는 내 자신의 생활 습관에 기인한 것이고 두 번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칭찬으로 들으니 그래도 뭐 기분은 괜찮습니다. 송구하게도 오늘은 제 자랑을 좀 했네요! (2020.09.26)

 

 

 

 

택배 아버지를 따라 끌개를 끌고 들어온 해맑은 아들의 얼굴이 예쁩니다. 스무 살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추석절 바쁜 아버지 일을 돕고자 스스로 나섰다고 합니다. 평소 우리 일을 열심히 해주는 아버지도 늘 고마운데 아들까지 저리 따라 나서니 대단히 가상(嘉尙)합니다.짐을 밀고 나가는 아들아이의 주머니에 오 만원 한 장을 넣어주며 기특하다는 칭찬을 덧붙였습니다. 연신 고맙다며 웃는 모습 또한 천진합니다. 언제까지나 지금처럼의 마음을 간직하고 이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2020.09.25)

 

 

 

저를 위해 낙지볶음 등 모처럼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이 포함된 저녁상을 차려준 애엄마에게 요즘 저의 실제 마음속의 생각을 들려줍니다. “아침마다 가게에 들어서면서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도록 이 터전을 만들어준 당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네야! 바로 신의 한 수였어. 고마워!” 역시나 바로 겸손의 말씀이 들려옵니다. “아니야 그러지 않았으면 당신이 더 좋은 일, 큰일을 찾았을 거야 내가 한 게 뭐 있어?” 저도 다시 몸을 낮춥니다. “아니여, 나는 그릇이 작아서 담아내지 못했을 거네!” 별라도 밥이 맛있습니다.(202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