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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샤워를 나서는데 평소(2020.08.26~2020.08.31)

8월의 마지막 날 무엇이 아쉬운지 지갑을 볼모로 저를 세 번이나 수고롭게 합니다. 새벽같이 한강으로 접어든 순간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지갑이 없는 걸 알았습니다. 평소 왼쪽주머니에 현금을 두는데 그마저 없습니다. 별 수 없이 집으로 회군하여 애엄마 가방에서 2만원을 꺼내 택시로 왔는데 가게에도 지갑이 안보입니다. 아까 집에서 찾아볼 걸 후회하며 다시 택시로 여의도 집으로 향했습니다. 식탁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기억에 전혀 없지만 어제 식사하면서 빼놓았을 것입니다. 지갑을 들고 남부터미널로 향하며 희망의 9월을 기다립니다.(2020.08.31)

 

 

 

작년에 막내처제에게 1위 자리를 내주셨던 장모님께서 올해는 잊지 않고 그 자리를 탈환하셨습니다. 거기다 세련을 더하여 저에게 맞는 스타일을 고르라며 사진 몇 장을 미리 보내셨습니다. 여든이 넘으신 장모님께서 육십 대 사위의 생일을 챙기시고 결혼 후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으셨으니 이거는 거의 혁명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러니 저의 하루는 매일 감사와 희망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실에서 자는 애엄마 볼에 뽀뽀를 마구 던지고 나왔습니다. 장모님 만세! 김일수 여사님 만세!(2020.08.30)

 

 

 

터미널 주변 사거리 우리 가게 건물 화장실에 비밀번호가 있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인데 이걸 또 자주 바꿉니다. 급해서 달려갔다가 예전 비번을 눌러 당황스러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닌데요. 불편하기는 이것뿐만 아닙니다. 집의 현관 비번과도 헷갈려 아파트 문 앞에서 여러 차례 두드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관리사무소에 이제 다른 머리까지 씁니다. 남녀용 비밀번호를 따로 설정해 결국 메모를 해놓게 만듭니다. 여성분들이 물어보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저는 사용할 일이 없으니 기억을 할 수 없습니다. (2020.08.29)

 

 

 

요즘은 전철에서 맨 끝 경로석에 빈자리가 있으면 주저 없이 몸을 던집니다. 물론 주위에 어르신들이 없을 때지만 그래도 다음 역에 도착할 때마다 마음은 좀 거시기 합니다. 그런데 이 거시기한 마음을 확 던져버릴 문구가 부착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경로우대석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자리가 노약자석이 아니라 교통약자 그 누구도 앉을 수 있는 교통약자석이라 합니다. 저는 운전도 못하고, 좌우 구분도 어둡고, 걸음도 팔자이니 그야말로 교통약자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태풍 바비가 다녀간 아침 웃자고 한 이야기입니다.(2020.08.27)

 

 

 

 

샤워를 나서는데 평소 저의 10분도 안 걸리는 샤워는 몸을 닦는 게 아니라 물을 바르는 것이라는 애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서 넣어주며 제발 30분 이상 바르고 거품을 내며 씻는 것처럼 하고 오라고 합니다. 몸을 닦는 게 비누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각 부분마다 조금씩 다른지 튜브용기가 여럿입니다. 그러마고 대답했지만 역시나 10분 넘기기 숨이 넘어갑니다. 가지고 간 것들은 적당히 겉에 물만 묻혀 마치 사용한 듯 보이게 하고 밖으로 나와 20여분 먼 산을 바라보다 당당하게 들어갑니다. “어이 보소! 집이 남편 얼마나 깨끗해져 부렀는가?” (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