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가 자기 목보다 길고 큰 물고기 한 마리를 막 잡았습니다. 몸뚱이의 중간을 물린 물고기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대니 가마우지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갔다를 몇 번 반복하더니 부리를 하늘로 쳐들어 그대로 물고기를 삼켜버립니다. 득의양양 [得意揚揚] 합니다. 불쌍한 저 물고기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돌멩이를 던져 방해한다면 그건 또 가마우지에게 슬픔을 안기는 일이니 이래저래 손 놓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2020.06.11)
야심차게 제 발끝을 출발한 공이 잘 날아가다가 방향을 틀더니 허망하게 풀숲에 들어앉았습니다. 공을 찾으려 다가가가는 순간 풀숲에서 수많은 개구리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옆 연못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퐁당, 퐁당, 푸드득! 급반전의 순간입니다. 개구리 보는 게 얼마만입니까?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닌 떼로, 단체로 저를 반기다니. 매일 아침 한강 길을 그리 많이 걸어도 단 한 마리도 못 보았는데 수없이 많이 오르내린 우면산에서도 코빼기 하나 보이지 않던 개구리들이, 아 그리하여 그날 역시 저의 공놀이는 딴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2020.06.09)
전 국민 마스크 시대가 도래하면서 눈 아래 얼굴이 모두 평등해졌습니다. 예쁘나 고우나 밉거나 모두 하얀색, 검정색, 때로는 파란색입니다. 이러니 눈만으로 사람을 알아내기 또한 힘들어졌습니다. 고도의 집중력과 마스크 안의 코와 입을 그려내는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이런 식으로 들어오는 손님을 읽어내는데 번번이 예상을 벗어나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하면 전면에 자기 코와 입을 프린팅 해 넣은 마스크가 출현할지 모릅니다. (2020.06.08)
우리 건물에는 숙녀복 가게가 두 곳입니다. 물론 두 곳 모두 아짐사장들입니다. 자연스레 출근이 늦어서 오전 중 오는 택배물건은 거의 저를 거쳐 갑니다. 어제는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택배물건이 있어서 자연 비교가 되었습니다. 옆집 좀 더 나이 드신 아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반기며 준비해두었던 빵 봉지를 저에게 안깁니다. 앞집 아짐은 당연한 듯 받기만 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역시 옆집 아짐이 더 마음에 듭니다. 나이도 저하고 어울리니 그도 좋습니다.
(2020.06.07)
스물일곱 총각이 친구 어머니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신세를 많이 졌는데 이제 취직을 했으므로 찾아뵙겠답니다. 이 얼마나 갸륵합니까? 사은품까지 얹어주며 그 뜻을 마구 칭찬했습니다. 우리 세대에서는 속옷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서 저의 어머니께서도 첫 월급 받은 친구들이 속속 목포의 집으로 왔었는데요. 저 역시 광주에서 웅렬이 어머니, 용욱이 어머니 밥 참 많이 먹었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꼭 소고기국을 끓여주셨는데 이제 다 고인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엄니! (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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