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집을 나서려는데 거실에 있던 애엄마가 이제 잠자리에 들겠다며 홑이불 하나를 가져다 달라더니 우리가 이렇게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고 덧붙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중증에 가까운 아침형, 애엄마는 지독한 저녁형, 제가 질서와 규칙을 존중하는 순응형이라면 애엄마는 자율과 방관에 가까운 방임형. 이렇게 서로 상반되면서도 그간 아들도 낳고 딸도 얻었으며, 서울에 집도 있고 차도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아직 서로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완전 달라도 나름 살아가는 방법이 있나 봅니다.(2020.06.13)
가게로 곰만한 덩치의 올빼미 한 마리를 끌고 두 분의 아재가 들어왔습니다. 생면부지라 인사를 나눕니다. 새로 부임하신 이 건물 관리소장이라는데 오자마자 큰 문제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건물 냉방시설이 고장이 나서 언제 수리가 될지 모른답니다. 한두 달도 어림이 없어서 당분간 저 선풍기에 의존하라는데 비록 성의는 고맙지만 기기장치 수리에 저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디자인도 고려해서 이왕이면 세련된 걸 고르시지 산만한 저걸 어찌 가게에 둘 수 있습니까? 그래도 그냥 고맙다고 했습니다. (2020.06.12)
한강 길 흑석동 현대아파트 주변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위에서 까치들 소리가 요란합니다. 아! 이런, 철없는 고양이 한 마리가 까치영역을 침범했습니다. 까치 집안에 비상벨이 울리자 모두 각을 세우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서 한두 마리가 고양이 위를 나르며 부리로 순식간에 쪼고 지나갑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못 챈 고양이는 두 발을 쳐들고 덤빌 태세입니다.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인데 나름 자존심을 세우고 있습니다. 불쌍한 저 고양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며 저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2020.06.12)
쉽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있습니다. 해 뜰 무렵 뜰채를 들고 한강으로 가면 그만입니다. 한강을 걸어 출근하면서 보면 여의도 지구와 한강철교를 지나 노량대교 무렵에 이르면 물가에 어른 팔뚝이나 허벅지만한 물고기들이 아주 느린 걸음으로 놀고 있습니다. 교각 아래로 내려가 걸으면서 뜰채로 건지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아직까지 아무도 뜰채로 건져 올리는 분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회입니다. 아침잠을 줄이고 한강으로 나오셔요! 뜰채를 들고 나오세요! 고기 담을 망도 준비하셔요! 이제 세상의 고기는 모두 우리 것입니다. (2020.06.12)
가급적 세속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신문을 안 본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고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지 5년여가 되어갑니다. 물론 인터넷 입구 다음 화면에 뜨는 뉴스제목들은 억지로 보게 되므로 세상일의 대강은 알고는 지냅니다. 그런데 모임자리에서 화제가 심화되면 저는 이제 알아먹지를 못합니다. 자연스레 화제에 끼지를 못하고 그냥 들으면서 그러려니 하고 맙니다. 그래도 이게 더 편합니다. 세상일을 잘 모르게 되니 의견도 없고 비판이나 비난도 없고 비교도 없습니다.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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