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피로하다, 피곤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가끔 이런 게 피곤한 것인가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우선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하품이 나오며 온 몸이 물기가 전혀 없는 것처럼 뻣뻣하며 다라나 팔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덧붙이면 막상 밤에는 졸리지 않아 저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술을 먹은 다음 날 이런 경우는 없으나 특히 술을 안 먹은 날 이러니 술이 역시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이래서 술을 먹겠다는 게 아니고요. 결국 제 몸도 사람의 몸이라
(2020.06.06)
술상 앞에 질펀하게 앉아 상다리 두들며 노래하고 놀던 아름다운 풍습이 보가 힘듭니다. 노래방이 등장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때 그 자리에서 제가 즐겨 부르던 노래와 함께 한강 길을 걸었습니다. 어디 같이 한번 노실까요? 물론 작사, 작곡가 미상입니다. 아리랑 춘향이가 보리쌀을 씻다가 이도령 방구소리에 오줌을 쌌다네.오줌을 쌌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낙동강 칠 백리에 홍수가 났다네.(2020.06.05)
여의도 경도상가 앞 도로에는 몇 개월 전부터 아재거사 한분이 밤낮으로 전용 등받이 의자에 앉아 거리를 지킵니다. 물론 지나가는 분들에게 말을 걸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종일 어느 한쪽만 보고 계십니다. 계절이 바뀌어 겉옷인 겨울 외투가 아니라면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다만 겉옷과는 달리 안에 입은 쑥색 한복 두루마기가 이분의 과거가 보통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짐작될 뿐입니다. 안경 속에 감춰진 고뇌를 얼른 풀어내 더 더워지기 전에 득도하시기를 바라면서
(2020.06.04)
아침 한강변 단발머리 아짐이 제 옆을 지나는데 가슴이 유난히 커 보입니다. 허리를 반듯하게 세워서인지 몸에 확 달라붙는 셔츠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의 이 발칙한 생각을 눈치 챘을까요? 10여m 앞질러 가던 아짐이 갑자기 몸을 돌려 뒷걸음질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저와 눈이 마주치면서 선생님이 됩니다. 선생님께서 하나, 둘 하면 학생인 저는 셋, 넷을 합니다. 얼마쯤 가다 흑석동 명수대 아파트 뒤편 밤나무 꽃 비릿한 내음이 우리를 감쌀 즈음 선생님께서 다시 몸을 돌려 아짐이 되었습니다. (2020.06.03)
술에 취해 아침에 깨어보니 가게입니다. 큰일이다 싶어 얼른 반성문을 씁니다. 홍구엄마! 가게에서 잘 자고 하루를 시작했어. 고마워! 돌이켜보면 내가 회사에서 나오고부터 당신이 우리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서 나나 홍구나 송은이 편하게 여기까지 왔어. 젊은 날은 내가 옳은 줄만 알았는데 난 어떤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여, 늘 반성하면서 지금은 나름 당신 덕으로 제법 마음을 좀 키웠다고나할까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더욱 노력할게! ㅋㅋㅋ 웃는 이모티콘이 왔습니다.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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