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33분 9호선 첫 열차가 노량진역에 이르자 주름하나 없는 검정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 그리고 빨간 타이를 맨 8순의 할아버지께서 마치 자신의 복장을 자랑이나 하듯 전철 가운데를 아주 천천히 거드름 가득 찬 표정으로 걷습니다. 저렇게까지 하기에는 집에 계시는 할머니의 뼈골이 남아나는 게 없을 것입니다. 아부지께서도 그랬습니다. 여름날 삼베옷에 풀을 먹여 다리미질까지 하셔야했던 엄니. 그 옷에 부채만 하나 들고 폼을 잡으셨던 아부지가 생각나면서 저 할아버지가 아주 미웠습니다.
(2019.06.04)
2019 LPGA 여자 오픈을 제패한 우리의 젊은 처자 이정은6양의 우승 인터뷰 장면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장애인 아버지의 뒷바라지에 힘입어 골프를 시작 미국에 건너가면서도 부모님들 때문에 망설였다는 효녀가 그간의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힘든 지난 시절의 감회에 절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통역을 하던 매니저 아가씨도 함께 눈물을 쏟아내고 보는 저도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우승도 대견하지만 진심어린 인터뷰 장면은 어떤 인간 승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2019.06.03)
90이 넘으신 사돈 내외께서 자주 싸우신다며 가게에 들른 매제가 하소연을 합니다. 바깥사돈께서 요양등급이 있어서 요양보호사의 방문 간병을 하루 몇 시간 받으시는데 아무래도 더 젊은 여자 분이라 안사돈의 시샘이 싸움에 이르게 된다합니다. 사랑에 어디 국경이 있고 나이가 있겠습니까만 그 연세에 그것도 간병하러 오시는 분인데 아무튼 매제는 심각하지만 듣는 저는 즐거웠습니다. 70여년 잘 살아오셨는데 조금 싸우신다고 어디 덧 날일이 있겠습니까? 오히려 몸에 힘이 나는 일입니다. (2019.06.03)
지금 한강에는 단풍잎돼지풀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곧 한강변을 다 덮을 기세입니다. 우면산에는 서양등골나물이 우면산 등골이 휠 정도로 또한 번지고 있습니다. 둘 다 북미가 원산인 귀화식물입니다. 정확히는 미국에서 들어온 우리나라 생태계 교란 식물들입니다. 보는 족족 뽑아서 씨를 말려야하는데 너무 촘촘하고 광범위하게 자라다보니 큰일입니다. 미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네요. 트럼프의 음흉한 미소가 숨어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미국쑥부쟁이, 미국자리공, 미국실새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9.06.01)
이른 아침 여의도 우리 집 앞거리에 키 크고 늘씬한 두 아가씨가 활보합니다. 검정색 짧은 원피스와 베이지색 짧은 원피스 차림의 두 여성이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십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몇 걸음 걷는가 싶더니 이내 양손을 흔들며 큰 소리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팔 가운데 걸친 핸드백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이들의 춤사위를 돕습니다. 네에 아직 취중이십니다.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었을까요? 용감합니다. 아아 이 좋은 굿을 더 보는 사람들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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