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오늘 아침 전철이 노량진 역에(2019.03.20~03.23)


결혼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벗은 몸뿐만 아니라 옷 벗는 것조차 보지 못하게 하던 애엄마가 어제는 등을 내밀었습니다. 긁어 달라면서 무슨 크림까지 건네며 발라 달라고 합니다. 늙어가는 것이지 저에 대한 사랑이 갑자기 샘솟는 것이지 모르겠으나 기꺼이 응했습니다. 지점도 불문하고 강약도 불문한 제 솜씨를 그런대로 견뎌내더니 고맙다는 말까지. 30여년 잘 참고 살아온 세월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이 장면 하나로 보건데 향후 몇 년은 보장받았습니다. (2019.03.23)



보리굴비 정식을 시켜 점심을 먹는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간 쯤 개인별로 구운 새끼조기 한 마리씩을 얹어 줍니다. 어릴 적부터 익숙한 저는 당연 구운 새끼조기가 훨씬 맛있습니다. 메뉴판의 이름을 새끼조기구이로 바꿔 부르고 보리굴비 즉 부세를 덤으로 주는 게 맞을 듯싶습니다만 세상이 변하여 제사상에도 못 오르는 저 부세가 중국에서는 한 마리에 50만원이 넘는다니 자던 조상님들이 벌떡 일어날 일입니다. 허긴 부세도 대접받는 세상이 맞긴 맞지요? (2019. 03.22)



이른 새벽 비가 와 택시를 탔는데 안경을 쓴 아짐기사입니다. 어찌 저는 아재 기사면 말없이 그냥 가는데 아짐이면 신기하고 말을 붙이고 싶을까요? 여지없이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네시에 나와 제가 두번째 손님이라면서 둘째 며느리이지만 시부모를 모시고 산다고 합니다. 바로 칭찬에 들어가면서도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좀 억울한 점이 많겠다고요. 네에 역시나 평소에는 불만이 없는데 어른신들 아파서 병원에 갈 때가 그렇다고 합니다. 왜 큰형내외는 모른체 일관하는지 그게 화가 난답니다. (2019.03.21)



오늘 아침 전철이 노량진역에 이르자 내 앞에 자리 하나가 나와 앉고 싶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쏜살같이 달려와 앉아버립니다. 물론 전철의 자리에는 장유유서가 있고 남녀유별이 확실한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의 자리는 삼강오륜하고는 거리가 멀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윤리강령에 의해서 둘러보고 내 차지가 맞는지 살피는 사이 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벼락이 지긋한 나이였으면 그러려니 했겠는데 아무리 봐도 서른 안팎으로 보이드만.(2019.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