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어린 시절 학교를 파하고(2019.03.08~2019.03.11)


신학기 새 교과서를 타오면 아버지께서는 헌 달력을 찢어 책가위를 일일이 씌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붓으로 위에는 교과서명 아래에는 학년과 반 및 제 이름을 써주셨습니다. 아마우리 반에서 제일 멋진 교과서를 제가 매년 들고 다녔을 것입니다. 국어시간이면 읽어보겠냐는 선생님의 요청이 있으면 바로 손을 들어 그 교과서를 자랑스럽게 펼쳐들고 감정을 넣어가며 읽었던 기억이 선연한데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된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감히 못해준 아버지의 유산입니다. (2019. 03.11)




거실에 앉아있는 저의 뒷머리를 보던 애엄마가 “신기하네, 머리가 나고 있어!” 라고 즐거워 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반가울 일이겠습니까? 사진을 찍어 보여 달랬더니 기꺼이 응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애엄마는 자신이 한 달 전에 선물한 헤어빔의 효과가 나타났으려니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실망시킬 수는 없어서 저도 맞장구를 칩니다. “음마 진짜로 난감네 잉! 아따 오지는 일이시, 6개월 열심히 해봄세!" 집을 나서는 저에게 당부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라고! (2019. 03.10)



터미널역 에스컬레이터 뭐가 바쁜지 양복 차림의 키 큰 아재가 숫제 달려가더니 그의 가방 고리가 옆에서 다소곳이 서 있던 아짐의 니트 윗옷에 걸렸습니다. 아재 몸은 앞으로, 가방은 아짐의 옷에 걸려 뒤로. 좁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난감한 상황입니다. 급하게 고리를 빼더니 아재는 줄행랑. 아뿔싸! 가방의 고리에 아짐 니트의 코가 풀리고 말았습니다. 풀린 실을 손에 집어 들고 보는 아짐의 망연한 표정, 다음 행동이 궁금했습니다. (2019. 03.09)




한강 흑석역 주변에 이르러 앞에서 응아를 하던 강아지가 저를 보자 부끄러운 듯 이내 멈추고 주인 아짐의 줄에 매달려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보라색 백팩을 맨 아짐이 줄을 놓였다 조였다하면서 강아지의 보폭을 조절합니다. 이에 아랑곳없이 마냥 즐거운 듯 강아지는 지켜보던 비둘기에도 윙크를 보냅니다. 아짐의 뒷모습과 강아지의 아양에 푹 빠진 저는 한강의 물이 흐르는지, 봄이 버드나무 줄기에 움을 트는지 몰랐습니다. 아! 그 강아지가 한강물을 따라 봄을 부르는지 모를 일입니다. (2019.03.09)




어린 시절 학교를 파하고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안 계시면 괜히 짜증이 났었는데요. 마음이 약해졌는지 어제 일찍 들어간 집에 아무도 없으니 옛날의 짜증이 돌아왔습니다. 꼭 있어야 할 시간은 아니므로 이내 마음을 달랬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려고 밥통을 열었는데 밥 또한 없습니다. 아까보다 더 큰 짜증이 몰려왔으나 없을 수도 있으려니 마음을 달랬습니다. 짜증에도 격이 있어서 어머니께는 일방이고 애엄마에게는 눈치를 살펴야합니다. (20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