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전철에서 꼿발자세로 앉아(2019.01.22~ 2019.01.27)

지금의 저의 가게에서 일이란 게 물류창고에서 배송되어온 박스를 해체하여 상품을 모조리 꺼냅니다. 이어 고객의 주문에 맞춰 상품 하나하나를 알맞게 재단한 포장지로 다시 포장을 합니다. 그리고 택배 박스에 넣고 테이핑한 뒤에 송장을 입력하거나 작성하여 택배의뢰를 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야말로 단순노동이며 틀 하나 바뀌지 않은 반복과정입니다. 그래도 명절이라 이 단순 노동이라도 많았으면 좋겠는데 올해는 예년의 반 수준에 머물고 있네요. 굿판이라도 한번 벌일까 싶습니다.(2019.01.26)




통영,합천,고령,성주,남해,진주,구례,하동,삼례,세종,부여,천안,공주,만리포,당진,운산,태안,양지,백암,죽산,음성,무극,대소,송탄,서정리,안성,거제,북청주,삼천포,사천,진해,용원. 궁금하시지요? 보궐 선거가 있는 지역이 아닙니다. 2019년 1월 26일 아침7시41분 남부터미널 승차장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18대 버스들의 행선지 모음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손님이 오거나 말거나 제 시간이 되면 저쪽을 향하여 말없이 떠나야하는 버스들의 이름표이기도 합니다. (2019.01.26)



남부터미널 앞을 지나는데 스님 한 분이 다가와 진부로 가는 차편을 묻습니다. 저 역시 알리는 없지만 오늘 처음으로 말을 거시는 분이 스님이라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더구나 오대산이 있고 상원사 월정사가 있는 곳이니 그쪽 어느 절로 가시는 게 틀림없을 것입니다. 차 타는 방향을 손으로 알려드리며 그쪽에서 다시 물어보라 했습니다만 갑자기 저도 스님을 따라 진부령 고개나 걸어서 넘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성불하세요, 스님! (2019. 01.24)



귀부인 높은 품격의 아짐고객이 오셨습니다. 인삼의 귀두부분은 열이 많다 해서 잘라버렸는데 이게 맞는 일이냐고 묻습니다.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인삼의 머리 부분은 뇌두라고 부르는데 귀두라고도 부르나? 일부러 그렇게 부르실 분은 아니고 잠시 헷갈리거나 잘못 알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귀두를 뇌두로 바로 잡으면  아짐께서 부끄러워 하실까 저도 그냥 귀두라고 표현하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뇌두나 귀두나 다 끝부분이어서 그 점에서는 같은 데요 잉! (2019.01.23)




전철에서 꼿발(까치발) 자세로 앉아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불현듯 제가 앉아있는 자세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 이번에는 발바닥을 완전히 붙이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도 어색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살폈습니다. 어떤 분은 저처럼 꼿발, 어느 분은 발끝을 하늘로 세우고 발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또 다른 분은 한 다리를 다른 다리에 포개고 한 다리에 의존하는 분. 답이 없었습니다. 본시 의문스럽지 않은 일을 가지고 의문을 만들었으니 답이 있을 리 없을 것입니다. (2019.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