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2018,03.21~2018.03.23)


술에 취해 늦은 시간은 집에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가게에서 자는 게 편합니다. 엊그제도 그편을 택했는데 애엄마가 카톡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모티콘 두 개를 연발로 보내왔습니다. 두고 보자는 이야기지요. 이럴 때는 예봉을 슬쩍 피하고 보는 게 상책입니다. 어제 저녁 일찍 들어가서 애엄마 오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애엄마가 깊이 잠이든 새벽녘에 나왔습니다. 물론 머리맡에 홍삼 한 컵을 올려드리고요. (2018.03.23)




간단한 약을 하나 살 일이 있어 인근 약국에 들렸는데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많은 약사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중 젊은 약사들의 특정대학의 로고를 부착한 가운을 입었기에 물어보았더니 학생들이라면 현장 실습중이라고 합니다. 학점에도 반영된다고 하는데 약학생들도 현장 학습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하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직들인데 작은 것 하나라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요. (2018.03.23)



오늘 양복을 입을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수선을 피웠습니다. 딱 두벌인 옷을 두고 이 계절에 맞는지 안 맞는지, 이 색상이 좋은지, 아무튼 나름 골라 입고 아파트를 나섰는데요. 몇 발자국을 걸어가다 위아래를 훑어보니 아무래도 색이 다릅니다. 별 수 없이 집으로 다시 들어가 안 입은 옷을 들고 색상을 맞춰봅니다.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제대로 입고 나간 것입니다. 패션모델도 아니고, 그렇다고 맵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련만 혼자 북 치고 장구를 쳤습니다. (2018.03.23)




인근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일하는 아짐이 제 것이라며 휴대용 빗을 돌려줍니다. 한 달여 전 술자리에 두고 갔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더 어리둥절합니다. 처음 갔으니 처음 본 손님일 텐데 저를 기억하고 제가 흘린 빗을 돌려주다니 대단한 일입니다. 언뜻 생각해보니 그날 저 아짐의 몸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 치마를 입은 모습이 예쁘다고 느끼기는 했었는데요. 뜻하지 않은 친절이 저 아짐을 더 예쁘게 보이게 하고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까지. (2018.03.22)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옷깃을 잡아당기는 연을 만나면 적어도 통성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제 저녁 전철 개찰구를 향하여 걸어가는데 갑자기 왼쪽 팔이 뒤로 젖혀지면서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아 당황해서 옆을 보니 저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총각의 백팩 고리에 제 옷이 그대로 걸렸습니다. 빼내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고 옷에도 상처가 났습니다. 연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총각에게 괜찮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차라리 이쁜 아짐이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짐승!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