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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저와 같은 생활바보에게는(2018.03.08~2018.03.12)

시동을 걸었으면 천천히 속도를 높여야하는데 항상 급발진이 문제가 됩니다. 천리대장정을 시작하고 처음 맞은 일요일 진도를 확 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침 앙금이 조금 남은 겨울 추위를 보내 버리려는 봄볕이 따스해서 걷기에 딱 좋은 날씨! 한강변을 26km 그러니까 육십오 리를 단숨에 채웠습니다. 거뜬한 기분으로 집에 와 샤워를 하는데 눈 주위가 쓰라립니다. 선크림을 대충 발라 그 혜택을 못 입은 눈 주변이 모든 붉게 타버렸습니다. 지금 제 얼굴은 흡사 붉은 안경으로 덮여 있습니다.(2018.03.12)



도시의 아파트 생활이란 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일요일이라 다른 날보다 느즈막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옆집에서도 문이 열리며 보라색 코트에 보라색 바지를 입은 아짐이 나오십니다. 당연히 처음 보는 분이지만 옆집 안주인이라 생각 바로 고개를 숙여 인사드립니다. 같은 엘리베이터 안, 또한 그냥 서 있을 수만 없어서 어디 가시냐고 여쭙습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다소 어색하신 듯 "“네에 마산에서 결혼식이 있어서요!” 저 보다 몇 살 위로 보이시는데...(2018.03.11)




“2018 봄맞이 천리 대장정”을 한 달 예정으로 시작합니다. 작년에는 2월12일 시작해서 딱 한 달 만에 마쳤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여 늦었습니다. 추위가 길어진 게 1차적인 이유이고 몸 역시 작년만큼 따라주지 않아서입니다. 나이가 육십을 넘어서부터는 한 해 한 해가 다르네요. 아무튼 이번의 천리대장정을 통해 작년처럼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그 자리에 감사와 사랑을 가득 채워 스스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2018.03.10)



작년 김영란법에 이어 금년 최저임금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애엄마가 사업의 활로를 찾지 못해 요즘 계속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있는 제가 너무 안타까워 애엄마 기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카톡으로 귀여운 이모티콘을 날리고, 힘을 돋우는 문자를 간간 보내고, 보는 앞에서 재롱을 피우며 홍삼을 머리맡에 놓는 일을 계속함은 물론이고요. 역시나 애어마가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저에게 건네는 말씀도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ㅋㅋ바보 남편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요 잉! (2018.03,10)




뜻하지 않은 친절은 저를 흐뭇하게 합니다. 비가 내리는 어제 아침 인근 휘트니스 센터에서 간단한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데 경비 아저씨께서 저에게 자기 우산을 건넵니다. 평소에 제가 눈을 마주보며 인사를 나눈 덕입니다. 점심 무렵 배송기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우리 물건이 안 실렸다고 혹시 잘못된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우리 가게에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비 오는 날 어제 두 분의 호의에 세상이 따뜻하게 보이고 사랑이 곳곳에 넘쳐흐릅니다. (2018.03.08)




저와 같은 생활바보에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간간 일어납니다. 어제는 집안의 화장실에 스스로 갇혔습니다. 손잡이를 당기고 들어가서 밑의 도어록을 잠그는 것까지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나오면서 문이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리 당기고 저리 밀고, 도어록을 우로 젖히고 좌로도 젖혔으나 헛일입니다. 별 수 없이 들고 간 스마트폰으로 거실의 애엄마에게 연락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이고 내가 저 바보를 아직까지 데리고 살아요!” 그냥 열리드만. (201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