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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토요 아침 문을 열자마자(2018. 03.24~2018.03.27)


그리하여 도리 없이 인근 염색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아짐 사장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옆에는 염색을 끝낸 다른 아짐이 머리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머쓱함을 달래려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바로 말동무가 됩니다. 사장아짐이나 손님아짐이나 둘 다 오십대 초반이니 저에게는 소녀들입니다. 자연소재로 자연스럽게 해준다는 설명과 함께 머리에 붓 칠을 열심히 하더니 얼마간 기다려 머리까지 직접 감겨줍니다. 역시나 소녀의 손결이라 한결 부드럽습니다. 머리에 마구 생기가 돕니다. 파릇파릇, 파르릇!

(2018.03.27)




애엄마의 강요에 의해 머리 염색을 한지 4개월이 지나자 원위치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발을 한 짧은 머리라 온통 눈밭입니다. 계절은 꽃피는 춘삼월인데 머리는 동지섣달이라 얼굴마저 앵생해(옹색의 전라도말: 약간은 다르지만) 보여 염색약을 사 제 스스로 나섰습니다. 결정이 너무 빨랐을까요? 사용설명서에서 앞발 뒷발 다 들어버렸습니다. 사용 전 피부테스는 웬 말이고, 눈에 들어가면 통증, 발진, 구역, 구토는 또 웬 말입니까? 무서워! (2018.03.26)



골프장에 가면 예쁘거나 친절한 캐디아가씨를 만날 수는 있으나 유쾌하고 즐거운 아가씨를 만나기는 그 일이 어려운 만큼 힘이 듭니다. 그런데 어제 만난 캐디아가씨는 완전 틀렸습니다. 미소 가득한 얼굴에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던지는 조크, 농담을 충분히 받아줄 사람으로 어찌 저를 찍었는지 저를 강남순으로 부르며 시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별 거 아닙니다. 바로 저런 분들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사랑 가득한 세상이 되는 거지요. 푸른솔 골프장 박지희 만세! (2018.03.26)



화가 안 풀렸는지 어제 역시 분노 가득한 전투자세의 이모티콘 두개를 연속으로 애엄마가 날려 왔습니다. 이러다가 영락없이 쫓겨 날 신세라 바짝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뾰쪽한 수가 있습니까? 일찍 들어가 저녁밥을 먹으면서 집에 왔음을 카톡으로 보고하고 얼른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 새벽 수습에 들어갑니다. 자고 계시는 그분의 귀에 대고 “미안해! 술 냄새도 진동하고 화장실도 지저분하게 써서 당신 기분상할까 부러 안 들어왔어, 조심할게!” 이상 끝. (2018.03.25)



토요아침 문을 열자마자 아짐이라 부르기에는 나이가 많아보이고 할머니라 부르게에는 나이가 적어보이는 분이 보따리 하나는 맡기자고 들어오셨습니다. 경상북도 분경에서 오셨다는데 발효연구소를 찾아가신다 합니다. 문제는 그 곳이 골목 속에 있어서 시골 분이 찾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들어 따라 나서서 그 부근까지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문경에서 부부부가 사과농원을 하신다는데요. 농원을 소개하는 전단지에 부부의 이름을 나란히 새겨넣으셨네요. (201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