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에서 성냥이 나왔습니다. 지난번 사당동의 음식점에서 이쑤시개 대용으로 넣어두었던 것입니다. 한 개비를 꺼내어 불을 붙이자 갑자기 옛날로 돌아갑니다. 등잔불에 불을 붙일 때나,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논두렁에 불을 지를 때, 밤에 변소 갈 때 꼭 함께 있었던 성냥인데. 어느 사이 우리 곁에서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비사표, 유엔표, 공작표, 종이 곽에 붙이 있던 상표들만 선연히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나라에 성냥공장은 없다고 하네요. (2018.03.20)
겨울 속의 추위보다 봄 속의 추위가 마뜩잖은 오늘아침 그 추위를 핑계로 마구 늑장을 부렸습니다. 평소와 달리 한 시간 늦은 여섯 시에 눈을 뜨고도 오지 않은 잠을 더 자보려고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렸으며, 또 평소와 달리 일곱 시에 샤워실로 내려가 훨씬 많은 벗은 사람들 속에서 같이 벗고 나댔으며, 걸음걸이 역시 스스로 알아서 마구 느려집니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아침 운동을 저녁으로 돌리면 이런 자유와 평화를 계속누릴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저녁 술자리(모임)를 포기해야 해서요.
(2018.03.20)
군대시절 같은 부서(88여단 정보처) 최고참의 딸아이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군에서야 고참졸병 사이였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같은 나이라 말을 트고 지내는 친구사이로 40여년 우정을 쌓아오고 있습니다. 정보병이던 그가 심리전병인 저와 서로 업무영역이 다름을 인정해주고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었기 때문에 이어지는 인연입니다. 축사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와 가족들을 위해 식사자리까지 함께한 어제, 축가를 부르는 그의 아들이 어찌 그리 예뻐 보일까요? (2018.03.19)
화장실에서 나와 가게로 오는 복도 건너편에서 어린 커플이 쪽쪽 소리가 다 들리도록 뽀뽀삼매경에 빠져서 걸어오고 있습니다. 귀엽다고 할까요? 앙증맞다 할까요? 익숙한지 서툰 것인지 아무튼 저는 둘의 황홀지경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나 마땅히 몸을 숨길 곳이 없습니다. 일부러 못 본 척 고개를 숙였는데도 불구하고 쪽쪽 소리가 멈추고 말았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제가 화장실을 간 게 잘못입니다. 저를 지나치고 다시 계속되었을지는 뒤돌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2018.03.17)
간간 저도 쓸 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입니다. 가게의 책상과 탁자 등이 10여년의 세월을 못 이겨 곳곳이 생채기투성이라 들어오시는 분들께 심히 죄송스런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요. 과거에 사람을 불렀으나 저 작은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비슷한 색상의 시트지를 m단위로 판매하기에 실패를 감안 세 배를 주문해서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아! 제가 솜씨가 좋은 건지 단 한 번의 작업으로 끝냈습니다. 자랑스럽게 애엄마에게 보고를 했는데 절대 못 믿겠답니다. 다른 사람이 했을 거라고 (2018.03.16)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요 아침 문을 열자마자(2018. 03.24~2018.03.27) (0) | 2018.03.29 |
---|---|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2018,03.21~2018.03.23) (0) | 2018.03.29 |
왜 그는 저를 전혀 기억해내지(2018.03.13~2018.03.16) (0) | 2018.03.19 |
저와 같은 생활바보에게는(2018.03.08~2018.03.12) (0) | 2018.03.12 |
1963년 2월 정월 대보름 날(2018.03.01~2018.03.06) (0) | 2018.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