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아들로부터 애엄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 1박을 할 수 있으니 다녀오라는 것입니다. 평소에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애엄마가 집도 가깝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니 가자는 의외의 제안을 저에게 합니다. 거절하기가 조금은 미안했으나 몇 시간 못 있는데 집에 있겠다했습니다. 40만원 호텔 정도에서 자려면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는가요? 아무튼 처제랑 함께 자나 보던데 편한 밤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016.10.29)
앉아서 벼락을 맞았습니다. 건물 화장실 마지막 세 번째 칸 변기에 앉아서 해우의 기쁨을 반쯤 누리고 있는데 바닥으로 물이 밀려들어옵니다. 옆 변기가 넘치는지 너무나 많은 양이 물이 계속 쏟아져서 별 수 없이 추스르고 황급히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청소아짐이 청소를 한다며 호스로 바닥에 물을 주입하는 중이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면서 청소아짐이 보이면 얼른 돌아와 버리는데 언제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자신을 피하는 저에게 보복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2016.10.28(
이른 아침 남부터미널 바로 앞에서 비구니스님 두 분의 관세음보살 소리가 드높습니다. 행색으로 보건데 초짜 스님들께서 탁발 실습에 나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분은 목탁을 들었고 다른 한 분은 발우를 양손으로 들고 바른 자세로 서서 마치 지금의 자신을 잊으려는 듯 있는 대로 목청을 높이십니다. 그냥 지나치기가 왠지 짠해 다가가 시주를 하면서 발우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직은 아침 공양에 조금 못 미칠 듯. 아무튼 두 분 성불 하십시오! (2016.10.27)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관공서의 출입은 마뜩찮습니다. 인감증명을 떼어오라는 애엄마의 분부를 받잡고 9시가 훨씬 되기 전 동사무소에 가 1번 번호표를 뽑아들고 소파에 허리를 세우고 반듯하게 앉아 업무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백성들은 법과 원칙을 잘 지키지요. 이윽고 1번 호출 알림소리가 울리자 재빠르게 그 앞에 공손하게 서서 부동산 거래용 인감증명서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매수자 인적사항을 물어봅니다. 제가 어찌 그걸 알 수 있나요. 인감증명 하나 못 떼고 왔습니다. (2016.10.26)
우리 아파트에는 거의 매일 벽을 차는 소리와 함께 욕설을 퍼붓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깊은 밤이나 새벽을 가리지 않고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여 계속됩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걸 견뎌내는 입주민들 인내가 대단합니다. 그런데 어제 제가 탄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 멎더니 스프링코트를 입은 40대 아짐이 올라와 바로 욕을 퍼붓습니다. 물론 앞 만 보고요.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려던 제가 흠칫 멈추면서 “앗 그 여자구나!” 제 몸이 순간 경직되면서 앞만 똑바로 보고 2층 샤워룸까지 떨고 갔습니다.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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