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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이른 아침 터미널역사 내(2016.10.17~2016.10.21)

손님이 없어 무료하다 느끼는 어제 오후 아짐 손님 한 분이 선글라스를 쓰고 오셨습니다. 이를 기회로 즐겁기로 했습니다. “아우 멋있으십니다. 색안경 쓰신 얼굴이 짱이에요!” 손님의 얼굴에 함박꽃이 핌은 물론이고요, “저도 있습니다.” 하면서 서랍에 넣어둔 선글라스를 꺼내 짝 걸칩니다. “어떤가요?” 짓궂게 아짐손님에게 느낌을 묻습니다. 가는 말이 고왔는데 오는 말이 나쁠 리가 있나요? “어머나 사장님 진짜 멋있으세요!” 하면서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네에 즐거움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2016.10.21)




LG그룹 모 공장에 근무하는 넷째 동생의 딸, 즉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한편 우리 가족사에 슬픈 한 페이지로 남은 넷째동생이 생각납니다. 고등학교에서 가정선생으로 잘 근무하던 여동생이 어느 날 예수전도단이라는 단체로 홀연히 사라지면서 비극은 시작됩니다. 어찌어찌 몇 년 지나 환속을 해서 결혼까지 했으나 금식기도로 일찍이 세상을 버렸습니다. 이후 매제까지 따라갔고. 결혼식을 앞둔 조카의 외삼촌으로서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2016.10.20)





애엄마가 3박4일 일정으로 일본을 갔습니다. 관광을 가신 것인지, 출장을 가신 것인지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자유로운 며칠이 덤으로 왔습니다. 젊은 날 애엄마는 그 흔한 동창회 한번 안 나가고 하물며 광주 친정에도 안 가서 “언제 저분이 자유로운 날을 안기려나!” 생각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가끔 저리 출타를 하십니다. 염려놓으셔요, 이제 감독님이 없는 서울은 있으나 마나여서 저 일찍 들어가서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개며 조신하게 있을 것을 다짐합니다. 충성! (2016.10.19)




고등어조림 집 두 아짐 중 더 젊은 한 아짐이 두 달여 자리를 비웠습니다. 비자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어제 드디어 얼굴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아니 오랜만이에요, 안 보여서 안 올라 했어 잉!” 제가 반갑게 환영을 합니다. “그래서 달려 왔습니다, 비자는 금방 해결했고요, 2개월 집중 공부해서 한식조리사 시험에 합격했어요.” 수줍은 미소와 함께 건넨 대답입니다. 장했습니다. 예뻤습니다. 고향을 떠나 멀리 이곳 한국까지 와서 열심히 사는 모습 기특합니다. 우리 이쁜 아짐 만세!(2016.10.18)




이른 아침 터미널 역사 내 남자 화장실, 한 청년이 사색이 다 된 얼굴에 어정쩡 허리를 구부리고 안절부절 누가 봐도 일보 직전입니다. 문 안쪽의 변기에 앉아 편안히 일을 보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두 남자가 중간에라도 자르고 잠시 나와 주면 좋으련만 어찌 밖의 이 모습을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어찌 이 위기를 모면할까 생각해봅니다. 여자 화장실에라도 뛰어 들어가는 게 옳은 일인가? 어차피 화장실이니 바닥에 신문지라도 깔고 내지를까요, 아니면 소변기에? (201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