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을 타고 종로3가역으로 가는 길, 압구정역을 통과 한강을 넘어 한참 지났는데도 이번 정차역이 신사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순간 눈을 감고 앉아있던 제가 잘못 탔나 싶어 혼란에 빠집니다. 별 수 없어 그냥 앉아 있는데 다음 역에 이르자 이번에는 투박한 남자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이번 정차역은 충무로라면서 아까 잘못 나가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ㅋㅋ역시나 전 역에서 못 내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이 거꾸로 돌았을까요? (2016.10.15)
매일 가는 고등어조림집의 어제 점심시간, 제 옆에 20대 초반의 커플이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분명히 의자 둘에 앉았는데 여자아이가 남자애 몸에 안겨 거의 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낮인데 전어회에 맥주 두 병이 올라와있습니다. 여자아이 손이 상추에 싼 전어를 남자아이 입에 넣어주느라 분주합니다. 옆 자리의 저는 자꾸 눈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억지로 참느라 고등어조림의 목이 뻣뻣합니다. 요즘 사랑은 자리도, 음식도, 나이도, 체면도, 도덕도 초월합니다. (2016.10.15)
새벽 두시 무렵 거실에 있던 애엄마가 안방으로 들어와 제 옆에 눕습니다. 그러더니 “하나 밖에 없는 마누라가 옆에 있는데 팔베개도 안 해주느냐?”고 합니다. 이 나이에 생뚱맞게 팔베개가 뭐냐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비록 보잘 것 없고 능력은 없을 지라도 남편이라고 의지를 하는구나!”싶었습니다. 실은 나이 들어 몇 년 전부터는 제가 더 애엄마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데, 그러고 보면 서로가 의지를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로 인해 속이라도 덜 썩게 해야겠습니다. (2016.10.14)
새벽녘 집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 어린이동아라는 신문이 바닥에 쌓여있습니다. 아마 소년동아일보가 그간 바뀐 것으로 보이네요. 우리 국민학교 시절 신문에 실리는 학습 문제를 푼다는 명분으로 어린이 신문을 구독했지만 사실은 거기에 실리는 만화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소년조선일보를 보면서 신동우 화백의 홍길동을 만났으며 소년동아일보에서는 김삼 씨가 그리는 소년007의 활약을 매일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그 홍길동은 풍선껌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는데요. 요즈음은 골프장 그린에 가끔 그 길동이가 나타납니다. (2016.10.12)
전국의 기아타이거즈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 안 보다가 이제 끝났으려니 하면서 텔레비전을 켜는 순간 바로 LG의 김용의 선수가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경기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제가 안 봤으면 내야땅볼로 병살로 이어지는 수순이었는데 저의 방정맞은 손가락이 빚은 참사입니다. 벌로 오늘부터 5개월간 기아의 경기는 보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저 진짜로 축구 경기는 단 한 순간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제 이란전은 제 죄가 아닙니다. 다른 분을 찾아보세요. 잉!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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