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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자영업자의 삶이란 게(2014.11.07~2014.11.12)

린스로만 머리를 감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안방 화장실은 샴푸 하나라서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 애엄마 잠을 깨우지 않으려 거실 화장실을 사용합니다. 용기가 여럿 있어서 그중 하나를 샴푸려니 생각하며 며칠을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오늘 돋보기를 들고 갔습니다. 세 용기가 다 이름이 확실하게 쓰여 있지 않습니다. 앞부분에 주저리주저리 뭐라 마구 나열한 뒤 마지막에 작은 글씨로 샴푸, 린스로 표기되어 있네요. 아 좀 크게 써놓으면 좋을 것을......(2014.11.12)

 

 

 

아침 일찍 아파트를 나서며 양쪽 현관의 경비 아저씨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체육관에 들어서서는 락커의 옷을 수거하는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이윽고 가게 건물, 맨 처음 청소하시는 아짐과 서로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궂은 일을 하시는 분들과 아침을 열었네요. 하기사 요즘 일에 좋은 일 궂은 일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만 은근히 우리 사회의 저변의식에는 아직 잔존하는 게 현실일 것입니다. 저도 실은 점빵집 아저씨입니다.(2014.11.11)

 

 

애엄에게 가게를 맡긴 다음 날 아침이면 저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됩니다. 식탁의자에 다소곳이 앉아서 그분의 꾸지람을 들어야합니다. 오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가지 지적사항이 쏟아졌습니다." 어디어디에 먼지가 많이 쌓여있다, 없는 재고는 어떻게 된 일이냐, 앞 유리창도 닦고지내라!" 다 맞는 말씀이어서 저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습니다. "네에 마님! 출근하자마자 시정하겠습니다." ㅋㅋㅋㅋ이렇게 대답은 했습니다만 이 시간까지 내내 아직 저는 여기 머무르고 있습니다. (2014.11.10)

 

 

 

되는 대로 신고 나온 양말 중 한 짝에 구멍이 나서 맨살이 드러났습니다. 오늘 신을 벗을 일이 많을 텐데 신경이 꽤나 쓰이겠습니다. 그래도 짝짝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요. 어린 시절 우리는 양말을 그냥 다비라고 불렀습니다. 그나마 몇 켤레 갖기가 힘들어 밤이면 어머니께서는 뒤축에 헝겊을 대서 기우는 게 일상의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양말 두께가 점점 두꺼워졌지요. 아마 낙하산 줄이라 부르던 나이론 양말이 나오면서 좀 질겨진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4.11.08)

 

 

 

자영업자의 삶이란 게 딱히 정해진 휴일이 없어서 임의로 하루를 쉰다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저의 경우 제가 빠지게 되면 그 빈자리와 시간을 가족들 중 누군가가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망설여집니다. 내일 부산에 갈 일이 이미 정해져 있었음에도 아직 집에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기회를 엿보았는데 그도 여의치 않아 그냥 나왔습니다. 잠시 후에 카톡으로 정중하게 요청해야지요. 저의 식구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201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