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사이 코 위쪽에 선연하게 주름살 하나가 늘었습니다. 반갑지 않은 계급장입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해 올겨울 영하 날씨 단 1도 차이에도 몸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껴입는 옷들이 늘어날 수밖에요. 손에서 잡자마자 빠져나가는 물건도 늘어납니다. 식사자리에서 간간 수저마저 놓칩니다. 남 보기 민망합니다. 뒷머리는 모조리 빠져서 앞머리 몇 올로 아슬아슬하게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모자에 저절로 손이 가는 이유입니다. 거울 앞에 서면 밝고 환하게 웃던 얼굴이 사라지고 지치고 찌든 듯한 노인이 저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에고 무서워라! 전혀 바라지 않고 올까 무서웠던 나이가 어느 선을 넘어버리면서 하루하루 달라지는 저의 자화상입니다.

*표옹 강세황 자화상(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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