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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병원에서 하루 외박을(2020.12.04~2020.12.06)

이른 새벽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애엄마의 발목을 주무르며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첫아이 홍구를 낳고 유난히 발목이 시리다고 늘 저에게 이야기했는데 그저 그러려니 지나치고 말았는데요. 요즘 들어 바지 길이가 댕강해져서 그런지 저도 가끔 발이 시립니다. 잘 때도 시릴 때가 있어 양말을 신고자는 불폄을 감수하면서 그때의 무관심을 지금 되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자는 줄 알았던 애엄마가 집을 나서는 저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2020.12.06)

 

 

발톱을 깎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마다 양말을 신고 계셨기 때문에 몰랐었는데 돌아가시기 얼마 전 이제 양말조차 잊으셨는지 맨발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발톱이 산처럼 쌓여있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손톱이야 보이는 부분이니 신경을 쓰겠지만 어디 안 보이는 발톱까지야 손이 미치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발톱을 깎아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렇게 어머니는 가셨습니다. 그게 늘 마음에 걸리지만 이제 어쩌겠습니까? 고백했으니 잊으렵니다.(2020.12.05)

 

 

병원에서 하루 외박을 하고 들어온 집에 역시나 아무도 없습니다. 나름 위로를 받을까 생각했던 저는 혼자 쓸쓸히 실가리국에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9시를 넘겼을까요. 다른 날 보다 훨씬 이르게 애엄마와 딸아이가 들어오더니 저의 용기를 칭찬합니다. 세상 겁보가 어찌 그리 용감하게 알리지도 않고 스스로 수술을 받고 오냐며 들고 온 치킨를 함께 먹자 합니다. 칭찬에 은근 어깨가 으쓱해진 제가 한마디 합니다. 다들 나중에라도 나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단속하는 것이여! (2020.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