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다는데 바로 어제 제가 그 쥐를 잡았습니다. 저의 30여년 골프역사에 처음으로 팀 4명중 1위를 했습니다. 그것도 봄날에 같은 멤버로 당연 꼴등을 했었는데 깊은 가을에 이를 뒤집었으니 실로 혁명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가족을 비롯하여 저의 아둔한 골프실력을 알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바로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남들에게는 아무 뉴스도 흥밋거리도 되지 못하는 이 소식이 우리 집에서는 지축을 뒤흔드는 승리의 함성입니다. 모두 일찍 퇴근해서 집으로 오는 저를 박수로 맞아주었습니다.(2020.11.05)
애엄마가 송은이(딸아이)가 야무지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며 일을 맡길만하다고 칭찬을 합니다. 정말로 듣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 숨은 저력을 나름 감지하고 있었는데 애엄마는 평소 여러 의견이 다르고 부족하다며 모든 일을 자신의 관장아래 두고 혼자 고생을 배로 하고 있었지요, 이제는 딸, 아들에게 일을 고루 배분하고 자신이 감당할만한 수준만 안고 셋이서 오순도순 잘 꾸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열외였으니 앞으로도 그냥 열외로 머무르면 되고. (2020. 11.04)
또 당했습니다. 아니 뻔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냥 만원 한 장을 건넸습니다. 평소 샛강역에서 내리는데 여의도역에 내린 게 화근입니다. 출구를 빠져 나오자마자 양복을 잘 차려입은 사내가 다가오더니 사업상 서울을 올라왔는데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저의 눈을 바라봅니다. 어디서 좀 익은 수법이다 생각이 드는데도 냉정하게 뿌리 칠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서 전철역을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질책합니다. 바보 강남석, 독한 구석도 좀 있어봐라! (2020.11.03)
옛날에는 흔히 접할 수 있었던 혁필화를 지금은 눈에 띄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요. 반갑게도 어제 단풍이 물든 덕수궁 돌담길에서 혁필을 보여주고 계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달라는 금액보다 더 드리고 양정 강남석(暘晸 姜南石)을 주문합니다. 작업에 들어가자 이내 길가의 행인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린아이 어른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둘러싸며 신기해합니다. 길이 보존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완성된 작품을 건네받으며 옛날 순천 웃장터 주막에서 받았던 보서체 한 점을 상기합니다. (202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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