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갔습니다. 일하시는 아짐의 뒷모습이 보이기에 바로 돌아왔습니다. 십여 분을 기다려 다시 갔습니다. 또 그대로 계셔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또 십여 분을 기다려 다시 갔습니다. 이번에도 아직 그대로 계십니다. 작은 화장실에 청소할 게 뭐 그리 많다고 낮 시간인데도 저리 많이 머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오는 것을 알고 보다가 일부러 장난스레 늦게 있는 걸까요? 네 번 만에 성공했는데요. 화장실이 그리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진짜 장난을 치셨을까요? (2018.10.19)
곳곳에서 국가 예산을 잘 빼 먹었니 못 빼 먹었니 여러 말들이 많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꿈에도 생각 못할 일들이지요. 저는 서른다섯을 넘어서면서 제 운으로는 제 노력이 없는 돈은 단 일원도 벌지 못한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주식의 주자도 안 쳐다보고 간간하는 고스톱 자리에서도 돈을 딸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가상히 여겼는지 로또가 나온 초기 여섯 숫자 중 단 한 자만 틀려 2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 또한 운이련가?
(2018.10.19)
옆 가게 뜰의 까마중이 절정이어서 보기에도 좋고 까마중 열매를 하나 둘 혼자 따먹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는데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누군가가 송두리 채 뽑아버렸습니다. 끌려가면서 흘린 까마중의 검은 눈물이 길 바닥 곳곳에 얼굴을 남겨 그 광경이 얼마나 처절했는가를 알려줍니다. 그대로 두어도 가게 조망이나 경관에 조금도 영향이 없을 텐데 그저 풀이려니 뽑아버린 누군가가 밉습니다. 삭막한 도시 거리에서 풀 한포기도 아깝고 사랑스러운데요. 슬프게 삶을 마감한 까마중 열매를 애도하며.
(2018.10.18)
어제까지 멀쩡하던 전원 스위치 하나가 작동을 않습니다. 여러 개 중 딱 하나가 아무리 눌러도 끝까지 눌러지지 않습니다. 여의도 집의 어느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지 마음대로 하더니 거기에 붙어있던 도깨비가 제 등에 업혀 가게로 옮겨온 게 틀림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장난을 멈출 것으로 생각하여 잠시 기다려 다시 누르니 아까 동작이 안 되던 스위치는 작동을 하면서 불이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그 아래 스위치가 요지부동입니다. 제 실력으로는 원인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도깨비가 나가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요
(2018.10.16)
알쏭달쏭한 일로 하루 종일 어리둥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며칠 전 젊은 축에 들어가는 아짐이 빙글빙글 웃으며 들어오더니 지난번에 그냥 가져간 홍삼대금을 갚으러 왔다고 합니다. 기억에도 없고 기록에도 없어서 확실하냐고 되물어도 그렇다고 하기에 말씀한 금액을 결제했습니다. 그러려니 잊고 말았는데요. 어제 아침 또 그 아짐이 이번에는 뱅글뱅글 웃으며 들어왔습니다. 가계부를 살펴보니 기존에 결제를 한 게 맞다며 되돌려 달라하십니다. 저도 두말없이 그러냐고 돌려드렸습니다. 그럼 잘못은 누구에게 있나요?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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