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초입을 막 벗어나 중턱으로 들어서는데 뒤에서 몸 전체가 하얀 개 한마리가 저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합니다. 바짝 긴장하여 전투태세를 갖추려는데 개의 눈빛이 그저 순하기만 합니다. 그러자 제 생각이 확 바뀝니다. 어제 밤 소복 입은 아짐 귀신이 원한에 맺힌 아재 하나를 잡아가려고 기다리다 새벽닭이 울고 말아서 개로 우선 몸을 숨기고 저를 따라 오는가 싶어졌습니다. 더 무서워졌습니다. 걸음을 빨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면서...... (2018,02.22)
요즘 들어 주변의 기계나 기기들이 자주 말썽을 부립니다. 그때마다 저는 당황하여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데요. 오늘은 노트북의 커저가 갑자기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도 노트북 스스로 유에스비 어쩌고저쩌고 하면서요. 지난번 포스기기에서 경험이 있어 마우스를 뽑아들고 인근 국제전자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마우스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노트북을 통째로 가져 오랍니다. 그도 일이라 우선 오기주 사장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전원을 껐다 켜라고 합니다. 슬그머니 기어 나왔습니다. 기절했었나? (2018.02.21)
2년여를 금강경에 매달려 다른 쟝르의 책들을 들여다볼 여지가 없었는데요. 이번 설 연휴 기간을 맞이하여 지난번 헌책으로 구입한 유안진님의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1권과 땡삐 4권을 연달아 읽었습니다. 때로는 줄거리 속의 주인공이 되어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기도 하고 여러 장면들을 마음속의 수채화로 그려내기도 하면서요. 역시 책읽기는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합니다. 고요를 선사합니다. 올해는 좀 더 다양하게 만나야겠습니다. (2018.02.21)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저에게 고등어조림집 아짐이 시댁인 장흥에서 가겨왔다며 식혜 한 주전자를 안겨 주었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쳐다보는데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감사히 들고 와서 첫 잔을 목에 쏟아 넣었습니다. 남도의 들녘을 파랗게 뒤덮었을 그 보리로 싺틔운 엿지름가리(맥아)로 만들었리가 생각하니 몸 전체가 고향의 내음으로 가득차 오릅니다. 명절에 고향의 식혜라니 비로서 저는 설을 제대로 맞았습니다. 빈 주전자는 뭘로 채워가지요? (2018.02.20)
어렸을 적 설 명절은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졌는데요. 요즘은 설 하루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동네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가 올리던 세배도 없는 것 같고, 우선 저부터도 아이들 절 받기가 어색해서 그냥 세뱃돈만 주고 말았고요. 설에 이어지는 첫 뱀날(상사일)에 뱀을 쫓는다며 집의 기둥아래에 글씨를 쓴 종이를 거꾸로 붙이던 일, 첫 소날(상축일)에는 쇠가 붙은 연장을 만지지 않았던 그런 세시풍속도 사라지고 없는 것 같습니다. 보름날 쥐불놀이까지........(2018.02.19)
무술년 음력 정월 초사흘! 오늘은 우리 엄니의 87세 생신일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그냥 자는 척 계실 것입니다. 지금은 기억에서 지우셨다지만 사실 어머니의 생일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비롯하여 자식들까지 챙기느라 여느 어머니처럼 자신의 몫은 항상 가슴속에 묻어두셨기 때문에요. 제가 철이 들어서도 설날 이틀 뒤라 목포에 내려가면 서울로 올라오기 바빴지요. 오늘 목포를 향해 절 드리며 모시지 못한 불효를 달랩니다. (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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