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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아침 상쾌한 우면산 산행길에(2016.09.11~2016.09.16)

추석명절이 지나면 우리 집에는 곧장 또 하나의 명절이 다가옵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집 최고의 명절이었던 제 생일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우리 애엄마의 생일이 음력으로 8월18일 즉 토요일입니다. 올해는 어떻게 기쁘게 해드릴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처제들의 전화가 왔습니다. 추석인 어제 식전 행사를 갖자는 것입니다. 문을 연 여의도의 (주)신정에 그분을 모시고 처제들과 저의 재롱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쁘다 희원 오셨네!” (2016.09.16)





많게는 서울에서 출발해 무려 19시간이나 걸려 추석 당일에야 도착하던 길을, 두어 번은 애엄마의 늑장으로 애써 끊어놓은 열차편을 놓치고 역 광장에 대기한 고물 관광버스로 내려가던 길을, 애엄마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시댁으로 내려가는 그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두려워 갖은 아양을 떨며 가던 길을, 작년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요양병원으로 모시면서 그 길이 끊겼습니다. 명절 전 날 내려 가야하는 부담은 덜었으나 가슴 한구석에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6.09.14)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우리 점빵도 명절 2~3일 전은 제법 바쁜 듯이 보입니다. 그래도 그리 많지는 않아서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요. 가끔 몇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마침 이럴 때 오신 손님이 저가의 상품을 선택해서 그걸 포장하는데 시간을 빼앗기면 은근히 짜증이 납니다. 어제도 그런 순간이 있어서 오늘 아침 그 오만했던 마음을 정화하고자 한강을 걸었습니다. 흐르는 물에 모두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갖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09.13)




목포에 다녀온 지 한 달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한 달에 1~2번 어머니를 뵙고 온다는 원칙을 스스로 어긴 것입니다. 8월 이후 주말에 경조사가 많았고 9월 초 추석 행사에 묶여 그리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목으로는 3천 원짜리 복숭아 하나를 베어 넘깁니다. 고기 안주에 술도 잘 먹습니다. 엄니는 종재기(종지) 몇에 담긴 소찬으로 맛없는 식사를 하시고 계실 것입니다. 누가 복숭아 한 조각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아들 딸 많아야 다 소용없습니다. (2016.09.11)




아침 상쾌한 우면산 산행 길에 또 발아래로 잣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손으로 주울까 망설이다 위를 쳐다보니 잣나무 가지에서 청설모 한 마리가 애처로운 눈으로 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선생의 아침 식사를 훼방 놀까 생각하다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몇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마음 급한 설모군이 쏜살같이 내려와 식사를 시작합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저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짜아식! 가져 갈 수도 있었는데 같이 먹자는 애기도 없다니!”